미래로 달리는 중국 로보택시
글 : 샹제(商界) / 중국 경제지 2025-01-17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율주행 시험장으로 인정받으며 이미 도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중국 모빌리티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제한 없이 데이터를 수집하며 상용화를 성큼 앞당기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가장 먼저 보게 될 자율주행 자동차는 로보택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퍼시픽증권(太平洋證券)은 2030년이면 중국 로보택시(Robotaxi) 시장 규모 가 2조 9,300억 위안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고, 중금공사(CICC: 中金公司)는 2030년까지 로보택시 글로벌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약 14 조 5,100억 위안)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력
중국 로보택시 시장의 발전은 정부의 지원과 맞닿아 있다. 2024년 6월 산업 정보화부(工信部)와 교통부 등의 부처는 자동차 제조 기업 9곳과 소비자 단체 9곳으로 구성된 1차 컨소시엄을 확정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7개 도시에 지능형 커넥티드 차량의 진입 및 주행 시범지역을 개설하고, 이치자동차(一汽: FAW), 창안자동차(長安汽車), 상하이자동차(上汽: SAIC), 광저우자 동차(广汽: GAC), 베이징자동차(北汽: BAIC) 및 비야디(比亞迪: BYD), 니오 (NIO: 蔚來), 위퉁버스(宇通客車) 등의 기업을 포함시켰다.
7월에는 산업정보화부와 공안부(公 安部) 등 5개 부처가 함께 지능형 커넥티드 차량의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시범 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충칭(重慶), 선전(深圳), 광저우,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항저우(杭州), 허페이(合肥) 등 20개 도시(컨소시엄)를 선정했다. 또한 국가발전개혁위원회(發改委)와 상무부는 자율주행 상용화 시행 및 운영의 안정적 추진과 ADS(Advanced Drive System)의 신규 시나리오 구축을 발표했다.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각 도시별 시범 지역의 점진적 확대가 자율주행사업의 대규모 시행을 앞당길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이다.
로보택시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2024년 3월 기준, 베이징의 차량 테스트 회사 29곳이 자율주행 시범 지역의 도로 테스트 면허를 취득했고, 자율주행 테스트 마일리지 2,500만km를 쌓았다. 4월에는 바이두(百度)와 포니AI(小 馬智行:Pony.ai)의 무인 승용차 14대가 베이징의 도로주행 테스트 허가를 받았다.
상하이는 32개 기업, 794대 차량이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와 시범 적용, 시범 운영 면허를 취득했고, 누적 테스트 주행거리는 푸동신구(浦東新區), 자딩(嘉定) 등의 행정구역을 포함하여 약 2,290만km에 이른다.
2024년 7월, 광저우는 총 827곳의 자율주행 테스트 도로와 편도 주행거리 1,666km를 개방했다. 또한 15개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등급의 도로 테스트를 승인했다. 위라이드(文遠知行:WeRide), 포니AI, 바이두 아폴로(百度阿波罗), 디디 등의 자율주행 기업은 자체적으로 도로 테스트 활동을 운영하거나 광저우공자오그룹(廣州公交集團), 치천커지[祺宸科技, 광저우자동차 계열 루치추싱(如祺出行) 산하 회사] 등의 운영 회사들과 협력해 시범 운영 및 상용화 시범 시행에 180대 이상의 자율 주행 차량을 투입했다.
포니AI와 위라이드, 아폴로고(萝卜快跑: Apollo Go)는 지능형 주행기술 제공업체이고, 루치추싱과 디디는 여행 플랫폼이다.
핵심 도시의 수익 창출이 의미하는 것
중국 핵심 도시인 창사(長沙), 항저우, 난징 등도 로보택시의 시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중 우한시가 2023년 말 기준, 테스트용으로 개방한 편도 누적 주행거리는 12개 행정구역을 포함하여 3,379km가 넘었고, 해당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인구는 770만 명이 넘어 중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한시는 2023년 8월 로보택시 운영 허가 구역을 시전역으로 확대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그 덕에 우한시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로보택시로 주목받는 도시가 됐다.
바이두의 로보택시 브랜드인 아폴로고는 2022년 8월부터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우한시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현재까지 빠르게 성장하며 올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두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아폴로고의 자율주행 주문 건수는 약 83만 건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2024년 7월 28일까지 누적 주문 건수는 700만 건을 초과한 상태다.
2024년 1분기 재무 실적에 관한 컨퍼런스콜에서 바이두의 CEO 리옌훙(李彥宏)은 1분기 우한시에서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 주문이 55%를 넘어섰고, 4월에도 이 비중이 70%대까지 계속 상승 했으며, 남은 몇 분기 내에 100%까지 급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1~4월 기준, 우한시에서 운행된 택시의 승객 수는 약 6,768만 명, 운행 횟수는 하루 평균 약 55만 9천 회이다. 2024년 5월 우한시의 교통운송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2만 9,400대의 온라인 예약 차량이 운행되며, 차량 1대당 일 평균 주문 건수는 13.2건으로 1일 총 주문 건수는 38만 8,100만 건이다. 이를 통해 우한의 ‘온라인 예약 차량+택시’의 일 평균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95만 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두는 우한시에서 아폴로고의 하루 주문 건수가 우한시의 온라인 예약차량 시장의 1%를 초과한 4천 건 정도 되었다고 밝히며, 올해 우한시 전역에 6세대 자율주행 차량 1천 대를 투입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폴로고의 6세대 차량은 5세대에 비해 원가 60%, 운영 비용 30%, 서비스 비용 80%를 낮추어 1일 소요 비용을 533위안에서 270 위안까지 절감시킨다.
우한시에서 아폴로고의 1일 차량 1대 당 피크 시간대 주문은 이미 20건이 넘었는데, 이와 같은 수치는 첫째, 1천 대 의 자율주행차로 일 평균 2만 건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우한시의 ‘온라인 예약 차량+택시’ 시장의 2%를 차지했다는 점. 둘째, 주문 1건 당 비용을 13위안까지 낮춰 향후 대량 주문이 증가하면 단일 차량에 대한 운영 비용 도 감소해 규모의 경제 효과가 구현될 것을 의미한다.
아폴로고는 2024년 말까지 우한시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025년에는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도시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면, 다른 핵심 도시에도 이를 전파해 전체적으로 빠르게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
자동차 기업들의 변신
2018년은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눈부시게 발전한 해였다.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이 폭발하기 직전 상하이자동차그룹(上汽集團)의 매출이 9천억 위안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익도 최대치였다.
그러나 신에너지 사업이 물살을 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일찍이 신에너지 분야에 진출했던 자동차 회사, 특히 비야디가 300억 위안 이상의 이익을 달성하며 2023년 최고 수익을 낸 회사가 되었고, 2018년 대비 총 매출액은 3.6배, 자동차 매출은 5.4배, 시가총액은 4.3배 증가했다. 창청자동차는 매출이 70%, 시가총액은 3배 증가했다. 싸이리스(赛 力斯: SERES)는 화웨이와 협력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2024년에는 대규모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5년 만에 6배 가까이 증가하여 동종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에너지 자동차 경쟁에서 반 박자 늦은 상하이자동차그룹은 매출과 이익이 모두 줄었고 시가총액도 반토막 났다. 광저우자동차그룹(廣汽集團)은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익이 정체했고, 시가 총액은 20% 감소했다.
신에너지 경쟁에서 기회를 선점하지 못했던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도시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적용과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그룹 산하의 여행 플랫폼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며 발빠르게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루치추싱(如祺出行)이 좋은 예다. 텐센트(騰訊)와 광저우공자오그룹이 공동 투자한 루치추싱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이다. 2019년 설립된 후 디디, 포니 AI 등의 산업 자본을 잇달아 유치하며 마카오-홍 콩-광동 그레이터 베이 지역(GBA)을 기반으로 운영 중이다.
2022년 10월, 루치추싱은 기존 온라인 예약 차량과 로보택시 서비스를 결합한 여행 플랫폼을 출시하며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2023년 12월, 광저우자동차그룹이 L3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 면허를 취득하면서 루치추싱은 관련 테스트를 담당하는 광저우자동차 지능형 시스템 차량 테스트팀을 구성하여 L3 자율주행 상용화를 가속화했다. 12월 말에는 로보택시 서비스의 운영시간이 2만 시간을 초과하며 45만km에 달하는 안전시범 주행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281대의 차량이 해당 루치추싱의 플랫폼에 연결되어 온라인 예약 차량 플랫폼 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1월에는 선전에서 로보택시 유인 시범사업의 운행 자격을 획득했다.
여행 업계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자동차 예약 플랫폼 T3추싱도 자율주행 시대에 뛰어들었다. 이치그룹(一汽集團), 둥펑그룹(東 風集團), 창안자동차가 2019년 4월에 설립하고,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이 공동 투자한 T3추싱은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과 협력하여 중국 여행업계 최초로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인 첸모(阡陌)를 구축했다. 여행 산업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것으로, 첸모의 대형 모델은 이미 탑승 서비스, 기능형 배차 조율 및 여행 보장 등의 3가지 시나리오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T3추싱의 CEO 추이다용(崔大勇)은 T3 설립 목표가 온라인 예약 차량 사업이 아닌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 운영 사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두, 아폴로고 등과 같은 로보택시 산업체인의 업스트림 기술공급업체와 비교해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미드 스트림에 위치하면서 제조의 이점을 갖고 여행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사람-차량-도로에 대한 데이터를 대량 축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완성차+여행플랫폼+로보택시’ 운영 시너지 효과를 통해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1조 위안 규모의 로보택시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로보택시 산업의 미래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의 자료에 의하면 기존 택시 비용은 주로 고정비, 계약금, 감가상각비와 운영비로 구성된다. 2019년 km당 비용은 1.7위안에서 2023년에 1.8위안까지 증가했다. 2030년에는 2.4위안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인건비의 인플레이션은 이런 추세를 고착화하고 있다.
반면 로보택시 산업은 지속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로보택시의 비용은 주로 고가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보안에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거리를 측정하고 전방의 물체를 식별하는 레이저 레이다(Lidar)의 하드웨어 비용이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비용, 생산 일관성 측면에서 현격한 이점을 갖고 있는 반고체 또는 고체 레이저 레이다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며 비용을 크게 절감시켰다. 추후 이 기술의 가속화를 통해 주요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 요금이 점차 줄어드는 것도 로보택시 산업의 불을 밝힌다. 2019년 로보택시의 km당 비용은 23.3위안에 달했지만 2023년에는 4.5위안까지 대폭 줄었다. 2026년에는 2.1위안까지 줄어 기존 택시 및 온라인 예약 차량 서비스 비용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로보택시의 대규모 상용화가 촉진되어 2027년에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스트 앤 설리번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및 전 세계 로보택시의 시장 규모는 각각 1억 위안과 4억 위안이었고, 2026년에는 15억 위안 및 28억 위안까지 성장할 것이며, 2027년에는 그보다 10배 급증해서 각각 221억 위안, 355억 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2030년에는 로보택시가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 기준, 중국의 로보택시 시장 규모는 1조 6천억 위안, 글로벌 시장 규모는 3조 2천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다.
이런 규모를 현실화하기 위해 로보택시 산업이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바로 시드 유저(Seed User)를 확보해 상용화 운영 비용을 손익분기점까지 낮추는 것이다. 대부분의 신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과 마찬가지로, 로보택시 운영사업자도 초기 단계에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시드 유저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로보택시 산업은 기술적 우위와 더불어 정부의 지원으로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소비자들이 이 기술을 신뢰하기 시작한다면 로보택시의 무한질주가 시작될 것이다.
샹제(商界) 중국 경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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