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일본 미래 예측, 80세까지 기업에서 현역으로 일하는 시대 온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50년 일본 미래 예측, 80세까지 기업에서 현역으로 일하는 시대 온다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5-01-17

2025년 글로벌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에서 2기 트럼프 정권이 발족해 미·중간 패권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국이 불안정한 가운데 저성장, 초고령 사회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한국은 2024년 12월 말,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6년 만에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에 들어가는 기록을 세웠다.


전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 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고령화율이 가장 높다. 한국보다 19년 앞서 초고령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의 새해 화두는 ‘건강 수명’ 늘리기이다. 언론의 신년 기획 특집들도 대부분 초고령 사회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갈 것이냐에 집중됐다.



주요 언론의 특집 가운데 일본 대표 공영 방송인 NHK의 '100세 100인 심층 분석'과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신년 기획 시리즈인 '1억 인의 미래, 2050년의 일본 예측'에 특히 눈길이 갔다. NHK는 100세 이상 장수해서 살고 있는 노인들의 공통점으로 좋은 식생활 습관, 적절한 운동, 활발한 사회적 관계 유지 3가지를 꼽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2050년께 일본인들은 80세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시대가 오고, 이를 위해 근육을 키워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 일본 사회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이 다룬 일본의 현재와 2050년의 미래상을 소개한다. 


2050년, 80세도 근력 운동으로 사회 활동


일본의 2050년에 여유롭게 사는 노후는 과거 일이 될 것이다. 정년이 연장되고 고령화가 가속화 하면서 평생 현역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건강이 가장 중요한 자본이 됐다. 수명을 늘리려면, 근육량을 유지해야 한다. 남녀노소가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는 '근력 운동 일본(JAPAN)'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다.


2024년 말, 도쿄 이다바시구의 복합 건물 안에 있는 조그만 개인 체육관에서 근력 운동에 열중하는 여성이 있다. '성별 의료' 권위자로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내과 의사 A씨(82)다. 곧은 자세와 탄력 있는 피부를 자랑하는 그는 일주일에 꼭 세 차례 헬스장을 찾는다. 보조 기구를 사용해 스쿼트로 약 90분 동안 하체를 집중적으로 단련한다.


그가 예전부터 운동 습관을 가졌던 건 아니다. 75세 때, 3개월 만에 체중이 6kg이나 빠졌고, 노화로 인한 체중 감소를 겪은 뒤 곧바로 헬스클럽에 가입해 전속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았다. 근력 운동의 효과로 체중이 회복됐고, '삶의 보람'인 의사 일을 즐겁게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근력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사사카와 스포츠재단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연 1회 이상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은 약 1,640만 명에 달해 최근 2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A씨처럼 규칙적인 근력 운동을 하는 생활 습관은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고령 근로자, 정년 재검토로 새 전환점


2024년 12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기준 건강 수명은 남성 72.57세, 여성 75.45세였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2019년에 발표한 '미래사회 구상 2050'에 따르면, 기술 혁신에 힘입어 오는 2050년께 건강 수명이 80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생산연령 인구(15~64세)가 계속 줄어들면서 일하는 고령자들이 점점 더 귀중한 존재가 됐다. 70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의 비율은 2023년 기준 40% 선을 넘어섰다. 지난 2013년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가전 양판점 대기업 노지마는 고용 상한 연령을 지난 2021년 10월부터 올려 80세 이상도 신규 채용 중이다. 연령에 따른 고용 제한은 사실상 철폐했다. 이 회사는 고령자 직원을 '소중한 전력'으로 보고, 나이를 이유로 보수나 평가를 낮추지 않는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2027년부터 내근직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린다. 회사 인사 담당자는 "직원들이 오래 일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령자의 고용 확대에 따라 기업들의 인사 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도 생겨났다. 고령자 직원들의 피로와 부상이 늘어나면, 생산성 저하와 인력 부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증가하는 의료비는 회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2024년 6월 발표한 '사회보장제도 개혁의 중장기 제언'에 따르면, 2040년 사회보장 전체 급여비는 169조 엔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15년에 비해 1.4배 증가한 수치다.



직원의 건강은 기업의 주요 자산이다


일본 업계에서는 직원의 건강을 기업의 자산으로 여기는 ‘건강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근력 운동이나 식생활 습관의 개선을 지원하고, 이를 사원 채용 전략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구보타는 2024년 10월, 복리 후생의 하나로 글로벌기술연구소(사카이 시 소재)에 리잡(RIZAP)그룹의 편의점형 헬스장 '초코잡(ChocoZAP)'을 개설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능성 의류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웰니스 브랜드 텐티알(TENTIAL, 도쿄)은 직원들을 위해 닭가슴살, 두부 등 단백질 위주의 냉동 도시락을 구입해 저렴한 가격(한 끼 400~700엔)에 공급하고 있다. 직원들이 식사를 통해 영양 균형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업무 성과와 컨디션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메이쇼운수(아이치현 소재)는 약 3년 전부터 '근력 운동 인재'를 대상으로 헬스장 회비와 영양보충제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점점 심각해 지고 있는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근력 운동과 일을 병행하고 싶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약 100명이 이 제도에 지원했다.


인생 100세 시대, '건강을 비축하는 근육'으로 대비


일본 정부도 근력 운동이 열어갈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2024년에 약 10년 만에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 지침을 개정, 노인을 포함한 성인들에게 주 2~3일의 근력 운동을 권장했다.


근육 전문가로 불리는 모리타니 도시오 교토대 명예교수(스포츠 의학)는 운동 습관이 없는 사람의 근력은 나이가 들수록 매년 1%씩 감소하며, 70세가 되면 30세 시점의 40%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는 "근육은 노화 방지에 중요한 생리 활성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 장수'와 직결되며, 의료비 절감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랜서스, 근력 운동으로 경영 혁신 성공


요스케 아키요스케 랜서스(Lancers) 사장은 몸을 단련해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리더로 꼽힌다. 근력 운동 덕분에 회사 분위기가 바꾸고, 경영에서도 큰 변화를 이뤄냈다. 10여 년 전, 랜서스는 크라우드소싱 사업이 침체되면서 회사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그는 당시 동료 경영자의 추천을 받아 절박한 심정으로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경영처럼 불확실한 일과 달리, 근육은 의지만 있으면 확실히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침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 일정을 새로 짰다. 식사의 영양 균형을 챙겼고, 군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꾸준히 실천한 결과, 체지방률이 20%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복근은 8개로 나뉘는 변화를 경험했다.



요스케 사장은 근육에 강한 자극을 줄 때, 잡념이 사라지고 온전히 '지금'에 집중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정신 집중(마인드셋)' 덕분에 경영에서 의사 결정 속도와 질이 한층 높아졌다. '지금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긍정적인 사고로 접근하면서 지옥 같았던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가장 가까운 롤 모델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저녁 회식 자리에서 몇 군데를 돌며 술을 마시고 배가 나온 사장과 평소 절제하며 건강한 사장 가운데 누굴 따라가고 싶겠어"라며 자신이 롤 모델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는 일본의 모든 회사원이 근력 운동 중심 삶을 산다면, 국내총생산(GDP)을 20%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근육'이라는 자산이 있는 한, 일본의 미래가 밝다고 확신한다. 이런 경영자의 사례는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것을 넘어 회사와 국가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근력 운동이 만들어낸 이런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해야 한다는 게 닛케이의 기획 의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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