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수발 힘들어 하는 아내, 어떻게 도움 주면 좋을까요?
글 :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2024-09-05
To 아흔의 노모를 돌보며 아내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는 K씨
아내 분께서 혼자 시어머니 독박 돌봄을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많을 거예요. 그런 아내를 곁에서 지켜보는 일도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내 분은 ‘내 엄마에게는 이렇게 해드리지도 못하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 돌봄은 혼자 하면 갇힌 돌봄이 되기 쉽고, 좋은 돌봄을 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돌보는 사람이 행복해야 상호 돌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머니 곁을 지키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합이며 이해입니다. 서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힘든 점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아래 세 가지를 실천해보시면 어떨까요
1.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세요
남편 분이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 그대로 아내에게 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남편이 먼저 이런 고백을 한다면 아내 분도 마음의 소리를 낼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아흔의 노모에게도 부부 생활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도 때에 따라 필요할 것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부부의 날을 만들어서 아내 분과 외출을 하여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선물한다면 좋겠습니다.
2. 외출과 가벼운 산책을 분담해주세요
아내 분이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관찰하고 계시다가 아내 분이 먼저 불평하기 전에 하루 반나절 정도 어머니를 모시고 단둘이 외출을 해보면 어떨까요? 어머니와 어디 산책이라도 하거나 카페에 가서 달달한 음료를 마시고 오시면 빈집에서 좀 숨 쉴 틈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형제들이 한 달에 한두 번 어머님을 모시고 가서 그날은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가족 회의를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3. 외부 시설이나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세요
노인 복지관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어머니의 외출을 도모하거나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낮 동안 어머니께서 사회적 활동을 하시다 보면 인지 능력도 자극을 받고, 친구도 생기고 식사도 한 끼 정도 드시고 오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내 분의 개인 생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이은주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에세이스트, 일본문학번역가, 요양보호사. 아픈 남동생의 아이들과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동경인연』을 출간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직접 재가 요양보호를 담당한 이야기를 『돌봄의 온도』(헤르츠나인, 2023)가 있다. 인지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재가 요양보호를 통해 돌보며 번역, 집필 활동과 각종 방송 출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좋은책만들기),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작가정신), 『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갤리온),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배를 타라』(북폴리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마르코폴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