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목표와 우선순위가 있을 때 달라지는 것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4-08-12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아일랜드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1856~1950)의 묘비명을 접할 때면 삶이 막막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은퇴자들을 만나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내용의 회한을 토로한다. “젊었을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저축하고, 더 건강을 챙기고, 가족과 함께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100세 인생 디자인’과 관련해서 후회하기는 젊은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뒤를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한 줌의 후회와 아쉬움이 있게 마련이다. 후회의 종류는 다를지라도 밑바탕엔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깔려 있다.
시간관리의 달인하면 미국 10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간이 곧 금이라고 여긴 탓에, 한시라도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오죽하면 시간관리를 위한 '프랭클린 다이어리'가 나왔겠는가.
먼 훗날 일의 우선순위를 가장 잘 관리한 주인공을 꼽으라면 어떤 인물이 선두그룹에 오를까. 나는 반도체 황제인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를 후보자로 꼽고 싶다. 그는 일의 우선순위를 잘 판단하고, 모든 에너지를 집중 투자해서 전략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50여명의 관리자에게서 직접 이메일 보고와 함께 대면 면담을 가진다고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직원에게서 주 단위로 가장 중요한 업무 다섯가지를 이메일로 보고받는다. 회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직원에게 다섯가지 업무에 대해 진척도를 물어볼 정도로 꼼꼼한 경영자로 유명하다.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여유 시간이 많다"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은 업무 우선순위를 잘 따져서 실천하기 때문이란다.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려면 시간관리와 함께 일의 우선순위를 잘 따져서 전략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사에 바쁘지만 일의 능률은 형편없고, 더구나 정작 중요한 일은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줄 알면서도 늘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에 밀려 정작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로 알려진 업무 우선순위 정하기를 따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우선 여러 일들을 중요성과 긴급성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 이를 다시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중요하지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로 세분한다. 두말할 필요없이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일'이다. 반면 '중요하지 않고 긴급하지도 않은 일'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서 제외한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은 시간표를 만들어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이라면 대신 해줄 지원자를 찾는 형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이 좋다.
미래를 위한 준비, 즉 '100세 인생 디자인'은 해야 할 일 가운데 어느 범주에 위치하는지 자문해보자. 중요하고 긴급한 일인가 아니면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인가. 혹은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지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는가.
만약 미래 설계와 관련해서 아무런 대책이 없거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생각만 할 뿐 실천하지 않고 있다면 인생 목적과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 알리 보크 박사 등이 268명의 하버드대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5년 동안 추적관찰한 연구는 인생 목표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생의 장기목표를 흔들림 없이 붙잡은 학생들은 25년 후에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지능지수와 가정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5년 후 인생 목표가 있는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동년배에 비해 여러 면에서 월등했다. 사회적 신분이 달랐고, 고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그 이후 '성인발달연구'에서 내린 최종 결과는 '인간관계(Social Fitness)'가 성공과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밝혀졌지만 말이다.
인생의 목표와 목적을 재정립하면 인생의 우선순위는 물론이고, 시간과 돈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과거엔 별 생각없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소비했다면, 인생 목표와 목적을 분명히 하면 더 중요한 게 눈에 들어온다. 시간과 돈을 쓰면서 즐거움의 크기 뿐만 아니라 편익과 기회비용 등도 두루 살필 줄 아는 힘을 얻게 된다. 시간과 돈 관리를 할 줄 알게 되고, 어떤 일이 더 중요하고 더 긴급한지도 깨닫게 된다. 중요하지 않게 생각됐던 것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