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엄마와 안전하고 즐겁게 산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 :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2024-08-05
To 휠체어에서 점점 미끄러지는 어머니의 안전이 걱정되는 S씨
산책하는 동안 어머니께서 다치실까봐 얼마나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침대에 오래 누워있다보면 허리 힘도 없어지고 다리 근육도 빠져서 바른자세로 앉아있어야 할 몸이 기울기도 하고 아래로 점점 미끄러지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리클라이닝(침대형) 휠체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환자의 몸이 미끄러지는 걸 방지해주는 용도로도 쓰이고 보호자와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는데 체력 부담이 덜 되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또한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단점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인지가 어렵고, 기대지 않으면 독립적으로 앉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할 때 추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팔 근육이 아직 남아있을 경우 휠체어 식판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단점은 부피가 큰 편이고 단단하기 때문에 이동시 거추장스러울 수가 있습니다만, 산책시 유투브로 노래를 듣거나, 물을 마시거나 할 때는 식판 위에 사물들을 올려놓을 수가 있기에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휠체어용 안전벨트는 배를 감싸서 고정해주기 때문에 허리 힘이 부족하거나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십니다. 휠체어로 외출하거나 이동할 때 미끄러지거나 고꾸라지는 등 낙상사고의 위험이 있을 때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어머니께서 산책을 그렇게 좋아하신다면 저는 위의 보조용구를 사용해서 오후의 산책을 즐기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산책을 하며 나무 이름, 꽃이름, 새이름을 말하는 것도 인지자극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단풍이 들고, 잎이 지는 풍경을 보면서 계절이 변화도 느낄 수 있다면 삶의 질이 훨씬 다채로워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간병을 하다보면 대소변을 치우고, 힘든 육체노동으로 이어지는데 점점 입맛이 없어지고 살이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산책은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S씨의 근력과 건강을 위해서 산책이 가지는 의미는 큽니다.
가능하면 산책을 나갈 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두유, 따스한 차와 쿠키 등을 준비해 가십시오. 숲에서 나오는 좋은 기운들로 식욕이 생길 것입니다. 어머니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 수발을 하다보면 음식의 맛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살짝 어머니와 식사 시간을 달리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산책 나갈 때 주먹밥을 싸서 나가신다면 밥 한공기의 열량을 섭취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루틴이 형성된다면 식욕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멸치볶음이나 명란젓을 넣은 주먹밥을 어머니와 나누어 드시면 좋겠습니다. 고구마나 옥수수도 좋습니다. 꼭 밥이 아니어도 요기가 될 만한 것을 자주 드시면 좋겠습니다.
이은주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에세이스트, 일본문학번역가, 요양보호사. 아픈 남동생의 아이들과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 『동경인연』을 출간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위해 직접 재가 요양보호를 담당한 이야기를 『돌봄의 온도』(헤르츠나인, 2023)가 있다. 인지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재가 요양보호를 통해 돌보며 번역, 집필 활동과 각종 방송 출연,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좋은책만들기),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작가정신), 『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갤리온),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배를 타라』(북폴리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마르코폴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