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랑 실버타운에서 같이 살 수 있을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우리 댕댕이랑 실버타운에서 같이 살 수 있을까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4-05-21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때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은 모두 음소거를 하고 수업을 듣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화면상에 보이더라도 수업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쉬는 시간에 본인들의 반려동물을 소개하거나 자랑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앵무새를 키우는 학생이 있었는데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의 어깨 위에 올라가서 태연히 앉아있어서 모두가 웃었던 기억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수업이 가능해지다니! 놀라울 일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공원에는 반려 가족 놀이터가 있는데 이번에 확장공사를 통해 소형견 전용 놀이터도 새롭게 만들었다. 이용료도 무료다. 반려 가족 놀이터는 등록된 반려견과 만 13세 이상 소유자(관리자)가 반드시 동반 입장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 반려견과 함께여야만 입장이 가능한 곳이라니!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필자는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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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52만 가구(1,26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반려가구 천만 시대가 실버타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까지는 임대형 실버타운에 입주할 때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하는 것이 불가능했었다. 그런데 2025년 완공 예정인 롯데VL르웨스트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를 허용하였고, 2023년 12월 새롭게 오픈한 KB 평창카운티의 경우도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하여 이미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해 생활하고 계신 분도 있다. 실버타운에도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반려동물 동반입주가 가능한 KB 평창카운티의 반려동물 세부 운영규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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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가 가능한 시설이 없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가 불가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큰 카테고리 내에서 3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위생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잘 치워주지 않으면 냄새가 날 수도 있고, 벼룩 진드기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노인이 생활하는 생활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또한 심신의 상태가 악화되기 쉬운 노인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다른 입주자나 반려동물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다른 입주자들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버타운은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동물 알레르기나 천식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입주자가 있을 수도 있고, 또한 짖는 소리나 냄새 등의 이유로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셋째, 입주민의 사망 후 책임을 다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의 주인이 건강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프거나 사망했을 경우 반려동물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케어까지 시설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시설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실버타운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가능하다.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곳은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 유료노인홈, 시니어용분양맨션 등이 있는데 본인이 반려동물의 케어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형 유료노인홈과 같이 자립형 시설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가 가능한 고령자 시설은 전체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가 가능한 요양원도 있다?


2012년 일본 카나가와현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 입소가 가능한 특별양호노인홈(우리나라의 요양원에 해당)이 오픈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사회복지법인 「心の会」에서 운영하는 「さくらの里山科」라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100병상이 넘는 시설로, 10병상을 1개의 유니트로 하는 유니트케어를 실시하고 있는데 4층짜리 건물 중 2층을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유니트로 만들었다. 2개의 유니트는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 또 다른 2개의 유니트는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반려동물과 동반입소가 가능한 시설을 만든 이유는 본인이 지금까지 키우던 반려동물과의 동반입소가 불가능하여 슬퍼하던 노인이 시설입소 6개월 만에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노인들이 마지막을 이렇게 쓸쓸하게 맞이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맞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한다. 


2023년 2월 기준 반려견 8마리, 반려묘 9마리가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개호도가 비교적 높은 노인들이 입소하는 특별양호노인홈에 반려동물이 함께 입소해서 생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필자도 가졌었는데 12년째 지속되고 있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원들의 남모를 수고가 있었으리라.




우리나라에 실버타운과 펫 사업을 접목시켜 특화된 시설을 짓는 것은 어떨까?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서 실버산업과 펫 사업은 빼놓을 수 없다. 필자는 다양한 유형의 실버타운이 한국에 만들어질 필요가 있고, 그래야지만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다고 항상 얘기해 왔었다. 필자는 향후에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실버타운이 또 다른 실버타운의 특화된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경우에는 반려동물 동반 입소를 특화전략으로서 고려해 볼 만할 것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좋은 실버타운을 만든다면 그리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할 수 있는 산책로를 겸비하거나 반려동물 놀이터를 만들려면 부지가 넓고 충분한 공간이 필요할 텐데 지방은 수도권보다 비교적 부지가 저렴하고, 노인들도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거주지를 옮기는 것에 거부감이 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에 병원이 입점해 있느냐, 병원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깝냐는 입주의사를 결정할 때 중요한 요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경우 반려동물의 치료가 가능한 동물 병원이 근접해 있느냐, 내가 아프거나 죽더라도 끝까지 내 반려동물을 책임져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실버타운 서비스에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를 포함시키거나,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양질의 펫 푸드 제공,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기억할 수 있는 기억 공간을 만드는 것 등을 고려하여 노인에 대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 대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실버타운을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디테일하게 실버타운 전문가와 펫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운영상의 문제점은 없을지 충분히 검토 후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미래에는 반려동물을 키워야지만 입소가 가능한 실버타운이 생길지도?


반려가구 천 만 시대는 실버타운 업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설의 경우 반려동물과의 동반입소를 고려하는 시설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케이스가 없어서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차차 좀 더 세분화 되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실버타운에 반려동물 유치원, 동물 병원, 동물 미용실 등이 입점하고,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관리사들을 따로 채용하고, 더 나아가서는 반려동물 기억공간 등이 함께 운영되는 실버타운이 생기지 않을까? 반려동물과 함께가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한 반려 가족 놀이터가 생길 줄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향후에는 ‘반려동물과 함께가 아니면 입주가 불가능합니다’라고 하는 실버타운이 생기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필자는 불행하게도 평생 그 실버타운에는 입주가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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