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절반이 일하는 일본, 왜 일하는지 물어봤더니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70대 절반이 일하는 일본, 왜 일하는지 물어봤더니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4-05-07





초고령 사회 일본, 70세도 2명 중 1명 일한다


일본 콘텐츠를 만들고, 일본여행클럽을 운영하다 보니 일본에 자주 가는 편이다. 2024년 들어 매달 1회 정도 방문하고 있다. 몇 차례 거주한 경험도 있어 일본에 친숙하지만, 일본에 갈 때마다 고령자들의 일하는 모습에 놀란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0여년 일찍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05년에 고령화율이 20%를 넘어섰다. 2023년에는 29.1%였다. 일본인 10명 중 3명꼴로 고령자라는 뜻이다.


일본인들의 평균 수명은 남성 81.64세, 여성 87.74세이다. 60세로부터 평균 여명은 남성 24.2세, 여성 29.46세에 달한다. 보통 직장의 정년이 60세라고 할 경우 남성은 퇴직 이후 24년 정도를 더 살게 된다. 고령화 덕분에(재앙일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년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지 20년이 지난 일본 사회는 구조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고령화 추세에서 일본을 10~20여년 간격으로 따라가는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참고할 정보가 아주 많다. 


정년을 맞아 퇴직한 일본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가진 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 사카모토 다카시의 <정년 후 진실(ほんとうの定年後), 고단샤현대신서>은 2022년 연말 발간 이후 1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이 책은 방대한 통계 데이터와 고령자 사례를 모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일본인들의 정년 후 실태를 깊이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경제 전문지 ‘현대 비즈니스’ 등이 소개한 ‘정년 후 일본인의 15가지 진실’의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일본인들, 정년 후 어떻게 살고 있나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자들의 노동 참가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총무성 ‘국세(國勢)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70세 남성의 취업률은 45.7%를 기록, 두 명 중 한 명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새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참가도 급속히 늘어났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자들의 노동 참가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정년 후에도 노동시장에 남아 있는 것은 이젠 당연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일본의 취업자들은 정년 후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정년 후 재취업한 일본인들은 그 곳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아마 당사자라 해도 그 전체 실상을 모르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현역 세대(이 책에서는 정년 후 사람도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역이면서, 편의상 정년인 60세 미만 취업자를 ‘현역 세대’로 정의한다.)는 그 실태를 더욱 알기 어렵다. 주요 데이터의 통계 기준 연도는 2019년이다. 2020~2022년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 상황 자체가 비정상적인 시기였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만약 자신이 30대라면, 자신이 10년 뒤 어떤 형태로 일하고 있을지는 조직내 40대를 보면 상상할 수 있다. 40대 직원도 마찬가지로 50대를 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정년 뒤 일하는 사람은 잘 알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정년 후 일하는 사람은 재고용돼 일하는 ‘계속 고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애 현역시대’인 요즘은 70세가 돼도, 또 그 뒤라도 계속 일하는 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고령자들이 일하는 진짜 이유는?


일본에서 고령자들이 일하는 광경은 너무나도 흔하다.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편의점에선 80대로 보이는 노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상품을 진열하거나 계산하는 모습을 보면, 손놀림이 빠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느리면서도 진지하게 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속도로 조금이라도 세상에 공헌하고 싶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다. 각종 시설에서 활약 중인 경비원, 관리원 가운데도 고령자가 많다. 철도역 차량 관리, 공공시설 정비 등 업무도 이들 고령자를 빼놓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 고령자들은 왜 나이가 들어도 일하는 것일까. 각자의 모든 사정까지 알 순 없다. 경제적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한 여유가 있지만,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하루 가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목적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금 수령액이 부족해 일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만큼 핍박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정년 후 ‘작은 업무’가 일본 경제를 지탱한다


저자 사카모토 다카시(坂本貴志)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정년 후 ‘작은 업무’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성취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일본 사회의 일상 생활 속에 정년 후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업무’가 필요하며, 실제로 이런 업무들이 일본 경제를 버텨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년 후 사람들을 둘러싼 상황은 각양각색이다. 기업의 관리직이나 고도의 전문직에 취업한 뒤 평생 업무로 계속 성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역 시절 업무를 통해 모은 저축으로 여유 있는 여생을 유유자적 보내는 사람도 있다. 또한, 정반대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지만, 이젠 다른 형태의 사람도 많이 생겨났다. 정년 후 무리하지 않고, ‘작은 일’을 하면서 매일 조심스럽게 행복한 생활을 하는 평범한 일본인들이다 .


## 정년 후 연 수입은 300만엔 이하 ##


안정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선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일본에서 정년 후 연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일본 국세청 ‘민간 급여실태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급여 소득자의 평균 연수입은 436만4,000엔. 조사 대상은 일본 내에서 일하는 모든 임금 소득자로, 풀타임 정사원과 파트타임 노동자를 포함한다. 임금 소득자의 평균 연수입은 20~24세(263만9,000엔)로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피크를 맞는 55~59세에 518만4,000엔이다. 많은 사람들의 임금은 정년을 맞는 60세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든다. 평균 연간 임금 소득은 60~64세(410만7,000엔), 65~69세(323만8,000엔), 70세 이후 282만3,000엔으로 떨어진다.


고령자 인구의 증가 및 노동 참가 촉진에 따라 고연령자 가운데 취업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고수입을 벌어들이는 절대 숫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정년 후 취업자의 평균 수입은 낮은 수준이이다. 


임금, 정년 전 떨어진 뒤 정년 후 또 한 단계 하락


60세 이후 취업자 전체의 연수입 분포를 보면, 60대 전반 평균 수입은 357만 엔이다. 상위 25% 소득은 450만 엔, 수입의 중앙치는 280만 엔이다. 60대 후반의 평균액은 256만 엔까지 떨어진다. 상위 25% 소득은 300만 엔, 중앙치는 180만 엔까지 감소한다. 정년 후 취업 실태를 요약하면, 300만 엔 이하 수입의 사람이 다수로 조사됐다. 정년 후 비취업자인 사람, 다시 말해 수입이 ‘제로(0)’인 사람도 많기 때문에 고령자 전체에서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는 게 일본 고령자의 실제 현실이다.


소득분포 조사에 따르면 수입의 피크는 정년 직전인 50대 후반이 아니고, 50대 중반이다. 수입 감소의 1차 시기는 50대 후반 찾아온다. 정년을 앞두고 직급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많은 기업들이 직급 정년제도를 도입, 이로 인해 임금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직급 정년제도의 실태는 인사원이 공무원 임금을 산정할 때 활용하는 ‘민간기업의 근무조건제도 등 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기업 전체의 16.4%, 종업원 규모 500인 이상은 30.7% 기업이 직급 정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는 최근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직급 정년제도가 없는 기업도 업무 이동에 따라 실질적으로 직급을 떨어뜨려 임금을 억제하는 등 임금을 줄이는 케이스가 꽤 있다. 50대 후반이 되면, 조기 퇴직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사람이 나타나 개인의 연수입 피크는 50대 중반으로 조사됐다. 


제2차 임금 삭감의 파도는 정년 직후 찾아온다. 정년을 맞는 단계에서 회사를 퇴직하거나 같은 회사에서 재고용으로 바뀌면서 임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60~64세의 평균 임금 소득은 55~59세의 80% 정도다. 이는 여성 배우자 등 원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도 포함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50대에 정사원으로 고수입을 벌고 있는 사람들의 하락 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사원으로 계속 근무해온 사람으로 한정할 경우, 같은 근무체계에서도 정년 직후는 정년 전과 비교해서 30% 정도 임금이 떨어지는 것이 일본사회의 실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수입은 계속 줄어든다


정년 후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수입이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년 후 소득 상황을 보면, 연수입은 정년 전후 불연속적이거나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보다 오히려 정년 전후 완만히 또는 계속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각자에게 여러 변화가 일어나 무리 없는 범위 내에서 취업 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대에 세컨드 커리어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우수한 사람일 경우 기력이 넘쳐 초기에 사업을 순조롭게 경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65,70,75세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건강, 업무에 대한 열정, 체력 등에 변화가 온다. 목표로 하는 사업의 방향성을 잡았다고 해도, 그 사업을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정년 후 촉탁 및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계속하는 사람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수입을 어느 정도 희생한다 해도 취업 시간을 제한해서 무리 없는 일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이 돼도 스킬을 높여 계속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좋은 것이다. 실제로, 70세 시점에서 700만 엔 이상의 연수입을 벌어들이는 사람은 취업자 가운데 5.2%에 그친다. 세상에 넘쳐 나는 성공 체험을 참고할 필요도 없다. 연령과 관계 없이 도전을 계속해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 사회에서 그렇게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취업 기간이 연장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추이를 보면, 정년 후 고수익을 받는 사람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정년 후 고수입을 실현하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고령자들이 현실적으로 ‘작은 업무’에 만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령화는 새로운 사회 현상이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사카모토 다카시의 <정년 후 진실>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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