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미워하는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 회복할 수 있을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날 미워하는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 회복할 수 있을까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컨슈머마켓부 기자 2024-05-20

인류 역사는 극복의 역사였습니다. 불치병을 완치 가능한 병으로 바꾸고, 기근을 생산력 증대로 넘어섰죠. 그러나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인류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는 방법입니다. 현대인은 부부관계 클리닉에 가고, 익명 게시판에 직장생활 고민을 올리기도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죠. 사실 사랑과 우정, 배신을 주제로 하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이토록 긴긴 세월 생존해온 것도 주변 사람과의 평화로운 공존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친구, 연인, 부모와 화합하고 싶어 하는 영화의 주인공들을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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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셰린의 밴시

어제까지 술 마시던 친구가 갑자기 절교하자네요


아일랜드 섬마을 이니셰린에 사는 파우릭(콜린 파렐)은 어느 날 인생의 친구 콜름(브렌단 글리슨)에게 절교하자는 말을 들으며 고뇌에 빠집니다. 파우릭은 자기가 뭘 실수했는지 질문하는데요. 콜름은 차갑게 답합니다. “그냥 자네가 싫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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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절교 선언엔 이유가 있다고 추측하는 파우릭은 끈질기게 콜름을 찾아가는데요. 콜름은 “네가 찾아올 때마다 내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겠다”며 그와 멀어지고 싶은 뜻을 분명히 하죠. 콜름이 바이올린 연주자라는 점을 봤을 때, 손가락을 절단하겠다는 건 강경한 의지를 표현한 셈입니다. 그러나 파우릭은 그를 또 찾아가고 마는데요. 결국 콜름은 손가락을 자릅니다.


이 작품은 인간관계에도 수명이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헤어짐조차도 인간관계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죠. 유한한 존재인 우리는 꼭 절교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떠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우정과 사랑의 존재를 냉소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관계의 유한성을 인정한다면 날 떠난 상대를 원망할 필요도 없고, 그와 보냈던 시간을 있는 그대로 추억할 수도 있게 되겠죠. 


<이니셰린의 밴시>를 볼 수 있는 OTT: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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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사랑한다면 핸드폰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죽마고우들의 부부 동반 모임에서 한 친구가 게임을 제안합니다. 식사 시간 중 핸드폰으로 온 모든 연락을 공개하자는 건데요. 웬만한 인간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거절할 만한 이 게임을 네 친구와 그들의 연인은 받아들입니다. 각자 게임에 참여하는 동기는 다르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될 텐데요. 하나는 자신이 꺼릴 게 없음을 보여주고 싶은 오기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도 자신처럼 떳떳한지 확인해보고 싶은 호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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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의 친구 관계와 연인 사이에는 심각한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데요. 상대방에게 숨겨온 크고 작은 비밀이 있기 때문이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치명적인 비밀이 발견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초토화 직전까지 갑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뒷부분에서 심각한 비밀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들의 관계가 위태로운 상황에 몰린다는 점인데요. 이를테면, 친구에 관해 큰 악의 없이 했던 사소한 뒷담화 때문에 곤혹스러워지는 것입니다. 단지 하소연하듯 가볍게 했던 뒷얘기였는데 스마트폰 건너편에 있는 남의 입을 통해 전해지니 치명적인 험담처럼 들리고, 이를 수습하느라 애를 먹습니다. 


현대의 스마트폰은 뇌의 일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렇기에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면 남에게 보여줄 필요도, 굳이 보려 할 필요도 없음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생각이 우리의 진심은 아니니까요. 


<완벽한 타인>을 볼 수 있는 OTT: 티빙, 웨이브,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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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허풍쟁이 아버지가 부끄럽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청년역·이완 맥그리거, 노년역·알버트 피니)를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늘 과장화법을 일삼았던 아버지의 삶이 진실되지 못하다고 여겨서인데요. 아버지는 마치 영웅의 탄생 설화처럼 자기 출생기부터 부풀립니다. 태어날 때 엄마 배 밖으로 너무 세게 튕겨져 나와서 분만실에서 한참 떨어진 복도에서 받을 수 있었다는 식이죠. 어린 시절엔 스포츠에 발명, 인명 구조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만난 사람도 마녀에 거인, 늑대인간까지 비범한 인물들이었고요.


아들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곁에서 인생의 진실이 무엇인지 찾다가, 그가 했던 말 중 완벽한 거짓말은 없었다는 걸 발견합니다. 모두 양념이 가미됐을 뿐, 실제 자신이 겪었던 사실만을 얘기한 거죠. 특히,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지닌 진실성 덕분에 아들은 아버지의 삶을 다시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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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아버지는 특히 허풍이 심한 인물입니다만, 일반적인 부모를 은유하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세상의 진실을 곧이곧대로 들려주는 게 꼭 사랑은 아니니까요. 다시 말해, 부모는 사회생활을 하며 고된 순간들을 겪지만, 그걸 어린 자녀에게 여과 없이 전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겁니다. 대신 세상에 존재하는 즐거운 모험과 흥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줘야 하겠죠. 험난한 세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 우리 모두에겐 ‘이야기’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빅 피쉬>를 볼 수 있는 OTT: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 U+모바일tv


*감상 가능한 OTT 정보는 4월 30일 기준으로,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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