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내가 방귀대장 뿡뿡이가 될 줄이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 나이에 내가 방귀대장 뿡뿡이가 될 줄이야

글 : 버들치 / 작가 2024-05-03

압구정역을 나오려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내 앞에 가는 어떤 어르신이 방귀를 뿡뿡거리며 올라가신다. 기력이 딸리니 방귀로 추진력을 높이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뒤를 따라가는 사람은 기분 좋을 리 없다. 젊었을 때라면 질색을 했겠지만 요즘은 그러려니 한다.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방귀가 자주 나오는 편이니까. 늙으면(?) 괄약근도 약해지고 여러 가지로 추잡스러워진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방귀는 집에서야 가족이니까 용서(?)가 되지만 직장에서는 골칫거리다. 혼자 있을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회의 중이거나 면담 중일 때 나오려고 하는 방귀는 대략 난감하다. 대화의 흐름이 끊기거나 아니면 분위기를 헤칠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방귀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방귀 대처 유형


1) 전화가 왔다고 얘기하고 자리를 뜬다.(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2)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우고 일어선다.(미스터리 형으로 어디 갔다 왔냐고 물으면 미소만 짓고 얘기하지 않는다.)

3) 방귀를 뀌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Yes 면 그 자리에서 뀌고 No 면 자리를 뜬다. (아쉬울 게 없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4) 방귀 좀 뀌겠다고 얘기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뀐다.(평소 감정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5) 소리 안 나는 방귀는 모르는 척하고 알아서 뀐다. (냄새가 나면 최악이다. 이런 모험은 애인에게 하면 절대 안 된다)

6) 그냥 참는다.(젊었을 때는 무난한 방법이었는데, 요즘은 참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고문당하는 수준이다)​




변화 경영 전문가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란 책이 있다. 익숙한 현실과 매너리즘에 빠진 영혼에 죽비를 내리치는 그런 책이었다. 젊은 시절 자기 계발의 첫걸음을 뗀 책이다. 책은 지금도 있지만 이분은 지금 없다. 먼저 세상을 뜨셨다. 30대 중반에 책을 읽었으니 오래됐다. 책의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도입부에 북해 유전 시추선의 화재 실화가 나온다. 폭발 사고로 화재가 난 시추선은 혼돈과 아수라장이었을 것이다. 갑판 위에서 다들 우왕좌왕하고 겁먹고 있을 때 검푸른 차가운 바다 속으로 뛰어든 생존 직원의 얘기였다. 한 가닥 기적에 기대지 말고 또 공포에 질식하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메시지였다. ​​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책 제목처럼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과 하나 둘 결별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불편한 것들과 조우하며 그것들을 이해하고 또 적응하려고 한다. 그 불편한 것들은 바로 내 몸의 변화들이다.


나이 들어 내 몸에 찾아온 서글픈 변화들 


3년 전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눈물이 나더니 요즘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갑자기 감수성이 많아진 것도 아닌데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안과도 가보고 또 여기저기 민간요법을 알아보았지만 백약이 무효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도 민망한 고글 같은 (방풍) 안경을 쓰고 다닌다. 눈물만이 아니다. 그 즈음에 가까이 있는 글씨가 가물가물하더니 이젠 눈알을 부라리거나 째려봐도 잘 안 보인다. 노안이다. 그래서 돋보기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회사용 가정용 그리고 휴대용 모두 3개다. 밖에 나갈 땐 방풍 안경을, 책이나 신문을 볼 때는 돋보기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고 산다. 




찬바람이 불면 나타나는 증상은 눈 시림뿐만이 아니다. 코가 시큰거리고 재채기와 콧물이 터진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초겨울부터 초봄까지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을 모를 땐 티슈 한 박스가 2,3일 만에 동이 나곤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알레르기 약을 먹는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고 좀 살 것 같다. 처음엔 왜 그런지 몰라 차를 다려먹고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겨울이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와 여름만 있는 나라 중 어느 나라를 택할 거냐고 물으면 당연히 여름만 있는 나라다. 그 정도로 겨울이 싫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방귀다. 방귀가 많은 것은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과 연관이 깊을 것이다. 사실 소화가 잘 안 된다. 트림도 자주 나고... 집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뀐다. 시점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이젠 아내도 이해하는 편이다. 가끔 냄새가 날 때는 미안하긴 하다. 요즘은 아내도 몰래몰래 같이 뀐다. 아내도 나이를 먹어가니까. ​


또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 허리가 아파서가 아니다. 치질 때문도 아니다. 엉덩이 살이 없기 때문이다. 엉덩이 살을 다른 부위에 이식했냐고 묻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서서히 소멸한다. 다른 근육은 좀 줄어들어도 문제가 없지만 엉덩이 근육이 줄면 방석의 두께가 얇아지는 것과 같다. 즉, 골반 뼈가 짓누르는 것을 엉덩이 살(근육)이 받쳐줘야 하는데 이게 얇은 것이다. 그래서 앉을 때 허벅지 위주로 앉거나 아니면 몸을 움직여 하중을 왼쪽 오른쪽으로 분산시킨다. 최근에는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자꾸 엉덩이를 움찔거린다. 좀 추잡스럽지만 그렇게 산다. ​


젊었을 때부터 과민성대장증상으로 고생해왔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과민성대장증상은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증상이다. 변비는 좀 완화됐지만 조금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금방 소식이 온다. 그럼 빨리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장점도 있다. 자주 쏟으니까 소화 흡수가 안 돼 살이 찌지 않는다. 내 몸무게가 표준에 미달하는 이유다. 과민성대장 증상의 환자들이 치질(치핵)의 발병이 높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하루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쾌변을 보는 분들이 제일 부럽다. 아내가 부러운 이유다. 




마지막으로 잠을 자다 한두 번은 깨서 화장실에 갔다 온다. 원인은 전립선 비대증이나 복부 팽만증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이것도 성인병이거나 또는 나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오는 현상이라고 한다. 대부분 한두 번 정도 가는데 세 번 가기도 한다. 잠에서 깨면 다시 잠을 이루기 어려워 새벽에 거실을 서성거리거나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그러다 졸리면 다시 잠깐 자고 출근한다.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다소 불편하지만 이제 별다른 감흥은 없다. 가끔 (수면을 위한) 술을 먹고 자기도 하는데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멋지게 늙으려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 


젊었을 땐 나이를 먹으면 점잖아지고 멋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보니까 점잖기는커녕 점점 추잡스러워진다. 혼자서 해결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손이 많이 가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이상하게 이해력도 같이 떨어진다. 대화를 나누다가 장소, 이름 등의 고유 명사 가 생각이 안 나 그거, 거기 등등의 대명사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똑같은 걸 두 번 세 번 물어본다. ​​


그래서 요즘 나이 들면 혼자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추잡스럽지 않게 늙어가려면 많은 생각과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옛날 분들이 "너도 한번 늙어봐라"라는 말씀을 귓등으로 들었는데 나도 그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늙은 사람은 젊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지만, 젊은 사람은 늙은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나는 추잡스럽지 않게 늙고 싶을 뿐이다. ​​


이 글을 읽고 나의 몰골이 말이 아닐 것이라고 단정하는 분들도 꽤 있을 듯싶다. 몰골을 떠나서 몸은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기 때문이다. 군에 있을 때 병기고에 붙어 있는 표어가 생각난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 요즘 격하게 공감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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