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터진 짜장면에서 시작된 60대 N잡러 인생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불어터진 짜장면에서 시작된 60대 N잡러 인생

글 : 꼰대박 / N잡러(회사근무, 유튜버, 배우 및 모델, 강사, 모바일 쇼호스트, MC) 2024-03-27



초겨울, 때 아닌 비로 건설 현장 작업이 지연되어 오후 두 시가 다 돼서야 컨테이너 사무실에 시켜 놓은 짜장면과 마주했다.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나 불어 터질 때로 불어터진 면은 굳게 뭉쳐져 쉽사리 비벼지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에 힘을 주니 젓가락이 부러지면서 플라스틱 그릇과 면이 분리되면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이런 젠장!!! 바닥에 널브러진 면을 보면서 이 나이에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꼼짝하지 않고 한 시간이 넘도록 이 생각만 했다. 내 사업을 해보겠답시고 건설 사업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삶의 청사진조차 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것이 마치 잘사는 것 같이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생을 살면서 "지금 내가 모하고 있는 거지?"라고 되뇌인 것이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삼 십대 중반, 직장생활 15년정도 되는 어느 날 번아웃이 와 출근하기 싫어졌을 때, 두 번째는 몇 년 동안 죽도록 사업에만 매달려 있다가 벌은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다 날려 허탈감에 주저 앉았을 때, 그리고 마지막은 지금, 나이 육십에 뭘 위해 불어터진 짜장면으로 끼니를 때울까? 고민하고 앉아있을 때.


그래도 앞의 두 번은 돌파구가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삽 두 자루와 중고트럭 한 대로 건설사업을 시작했고, 사업한답시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후회되어 무작정 이민 길에 올랐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6년 뒤 다시 돌아와 원래 하던 일을 하게 되었지만)


근데 세 번째가 문제다. 평생 건설만 한 내가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밀려오는 막연한 이 두려움은 뭘까? 나이를 먹어 열정은 부족한지 모르지만 경제력이나 인생경험 그리고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까지 있는데 말이다.


external_image


남들은 60대를 어케 살았을까??


사람이 노인이 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대부분 살아가는 방법이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비슷할까? 노인의 살아가는 형태 아니 내 미래의 모습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 칠십 대 이상 어르신들 삼백 명 가까이 인터뷰를 했다.


 " 당신 나이 육십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육십 대에 하지 못해서 후회되는 것이 있습니까?"


여성들과 남성의 대답이 확연히 달랐다.


 남성은


1. (좋아하는)일을 했어야 했다. 

2. 사회활동(동호회,봉사,종교)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3. 가족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 등이었다.


반면에 여성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다.


1. 그놈(?)과의 진작에 헤어져야 했다.

2. 쓸데없는 자식걱정에 세월을 낭비했다. 

3. 내 인생을 살고 싶다 등 이었다.


external_image


좋아하는 일이 있기는 할까?


흔히들 노후엔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 꿈을 말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싫어하는 일은 알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모르겠다. 아니 좋아하는 일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해 본적이 없다. 왜냐면 우리세대 사람들은 자기 일이 운명이려니 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뿐이었다.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꿈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내 나이에 무슨 꿈 얘기냐고 퉁생이를 줬을 거다.


그래도 나의 작은 바램은 육십 대 적당한 시기에 사업을 접고 건설관련 자격증이 있으니 칠십대초반까지 일주일에 2-3일정도 일하고 이틀 정도는 동네에서 복지관 다니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사는 거였다. 다시 말해 건강할 때까지 소일거리 하면서 가족들에게 왕따 안 당하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이건 남들이 보기 좋아 보이는 삶일 수는 있으나 꿈이나 좋아하는 일은 아니다. 평생을 건설 외에는 해본 일이라고는 없는 내가 다른 일을 해봤어야 좋아하든 싫어하든 할것 아닌가?.


2-30대에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살아내기에만 급급했고, 40대에는 너무 바빠 세월이 스쳐 지나가는지도 몰랐으며, 50대에는 이 나이에 뭘…….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지?


미국의 한 신문에 이런 설문이 실렸었다. “당신의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이에 많은 응답자들은 물질적인 희망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 하겠다고 했다. 


또 호주의 간병인 브로니 웨어(Bronnie Ware)는 말기 환자들을 인터뷰하며 저술한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에서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 중 하나를 하고픈 일을 했어야 했다로 꼽았다. 


그리고 미국의 학자이자 작가 루이스(Louis E. Boone)는 인생에서 가장 슬픈 3가지는 “할 수 있었는데, 했어야 했는데, 해야만 했는데”라는 말을 남겼다. 이렇듯 많은 저명인사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라’다. 


갑자기 부아가 뒤집힌다. 누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좋은 줄 몰라서 이리 살았나? 나는 그냥 살기 위해서 해야만 되는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은 아마 인생을 살면서 좋아하는 일은 해보고 죽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그런가. 우리네 인생이 이리 살아도 저리 살아도 후회를 할 것 같은데…


external_image


그래서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았는가


인생의 숙제 같이 느껴져 부담감을 덜기 위해 무언가 참고할 만한 것을 물색하던 중 예전에 작성했다가 책장에 꽂아 두었던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불현듯 생각났다 리스트 중에 ‘좋아하는 직업 갖기’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아마 잠재의식 속에 뭔지도 모를 좋아하는 일을 하고는 싶었나 보다. 


그래서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왜 버킷리스트에 좋아하는 직업 갖기를 넣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아니, 애초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일로 연결 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문득 내가 남을 웃기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걸 직업으로 연결해 개그맨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넘어왔다. 건설 사업은 그만 접고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무작정 개그를 배우러 개그맨 윤형빈이 운영하는 개그 학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보기 좋게 바람 맞았다. 60대 이상은 견습생으로 안 받는단다. 그래 이 나이에 무슨… 하지만 이대로 그만둘 순 없었다. 아직 시작했다고도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한 첫 삽을 이제 막 떴는데 그대로 그만둔다고? 


그래서 비슷한 결의 할 일을 찾다 보니 강사가 눈에 띄었다. 그래, 그래도 나름 우여곡절 많고 갖은 풍파를 겪었던 내 인생으로 강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기대로 일단 나만의 강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강연 유튜브는 내 아들내미의 조언으로 ‘꼰대박’ 채널로 리뉴얼했고 더 욕심이 생겨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배웠다. 이후 시니어 모델, 배우 더 나아가 MC도 맡게 되었다. 또 그 와중에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직장도 찾아 소일거리로 다니고 있다. 


또 소중한 기회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유튜브 채널 투자와연금TV에 출연할 수 있었고 홈페이지에 지금 이 글을 시작으로 (얼마나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내 인생 경험담을 연재하게 되었다. 은퇴하고 혹은 직전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내 나이 60이 넘어 제 2, 3의 직업을 넘어 N잡을 갖게 된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연재하겠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