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100 대신 80을 선택할 때 찾아온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행복은 100 대신 80을 선택할 때 찾아온다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4-03-27

 # 사례 1: 얼마 전에 대학교수직에서 정년퇴직한 A 씨 

남부럽지 않게 은퇴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교직원연금 덕분에 평생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재무적 안정을 이루었고, 지난해엔 상장기업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기까지 했다. 한 마디로 성공한 은퇴자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즐거워하기는커녕 불평불만을 달고 산다. 여가생활을 극도로 꺼리고, 틈만 나면 힘 있는 후배들에게 상장기업 사외이사 자리를 하나 더 알아봐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 사례 2: 대기업 임원을 지낸 B 씨 

지난해 인터넷 언론사에 재취업했다. 대기업 시절 광고업무를 했기에 경력을 살려 인터넷 언론사 광고 담당 임원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광고를 주는 ‘갑’에서 이제는 광고를 받아내야 하는 ‘을’의 입장으로 바뀌다 보니 술과 담배를 달고 살았다.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던 그는 얼마 전에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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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사례를 보면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만족하면서 살기가 쉽지 않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현실에 만족하면서 사는 게 이토록 힘든 것일까. 정말로 행복한 노후 삶이 있기는 하는 걸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멍청해야 행복하다’고 말했다는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을 좇다 보면 행복은 저만큼 도망가니, 차라리 멍청하게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게 행복을 누리는 지름길이라고 플로베르는 믿었던 것일까. 경제학자인 나는 플로베르의 견해를 이렇게 이해한다. 행복의 잣대인 만족도는 실제치를 기대치로 나눈 값이기에 ‘멍청하게 사는 삶’은 기대치를 낮출 수 있어 결과적으로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두 가지 행복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다고 행복해지기 위해 멍청하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명하게 살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은 없을까. 우선 행복이 무엇인지 그 정체부터 알아보자. 경제학에서는 행복을 만족도로 평가하지만,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을 쓴 에드 디너 교수(미국 일리노이대 심리학과)는 ‘주관적 안녕감’으로 규정한다. 만족도와 안녕감은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행복은 ‘주관적’인 개인의 감정임에 틀림없다. 


‘주관적 안녕감’으로 행복을 규정했을 때, 행복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쾌락이나 유쾌함에 기반한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기초한 행복이다. 쾌락이나 유쾌함은 주로 소비활동을 통해 얻게 된다. 좋아하는 물건을 사거나 취미생활을 통해 얻게 되는 즐거움이다. 반면 의미 있는 행동이나 일을 통해 얻게 되는 성취감 등은 주로 투자활동에서 비롯된다. 소비를 통한 행복이나, 투자를 통해 얻게 되는 행복 역시 모두 ‘주관적 안녕감’에 속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행복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비에 몰두하다 보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고, 자기계발과 같은 투자에 몰입하면 삶이 팍팍해질 수도 있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면서도 때때로 소비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쾌락을 충전시켜야 우리 삶이 균형을 찾게 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행복’을 100% 누리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디너 교수는 ‘80% 법칙’을 제시한다. 100%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80% 행복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의 미소에는 17%의 부정적인 감정과 83%의 긍정적 감정이 섞여 있다. 100% 행복보다는 80% 행복에 만족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인간은 유전인자와 외부환경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늘 행복할 수 없는데, 우리가 100%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쉽게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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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80% 법칙


어느 날 갑자기 우울해지거나 살 맛이 없어질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물론이고 억울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것들이 불행이라면 우리 삶의 울타리 안에 어느 정도의 불행은 허용해 주자. 이런 것들은 ‘인생의 잡초’일 뿐이다. 생명력이 강한 잡초를 없애기 위해 지속적으로 농약을 쓰면 토양은 생명력을 잃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도 ‘인생의 잡초’나 마찬가지이기에 원천 차단은 매우 힘들다. 그저 잘 솎아내는 게 상책이다. ‘인생의 잡초’를 일정 부분 허용한다 해서 우리 삶이 망가지지는 않는다. 


행복을 누리기 위한 ‘80% 법칙’은 모나리자의 미소 뿐 아니라 장수마을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하라하치부(腹八分)’ 식사 습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배가 80% 찼을 때 식사를 마치는 식습관이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소유했다는 ‘계영배(戒盈杯)’란 술잔에서 절제의 미덕을 엿볼 수 있다. 계영배는 술이 70% 정도 차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만들어진 술잔이다. 임상옥은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욕심과 탐욕을 경계했다고 전해진다. 


모나리자 미소,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하라하치부’ 식습관, 그리고 계영배에서 행복의 비결을 찾아보자. 또한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에서의 행복과 취미나 소비활동을 통해서 얻게 되는 행복을 균형 있게 누려 보자. 우리는 멍청하지 않기에 행복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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