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인생의 항로를 변경할 때 필요한 용기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다시 한번, 인생의 항로를 변경할 때 필요한 용기

글 : 박창영 / '씨네프레소(영화 속 인생 상담소)' 저자, 매일경제 컨슈머마켓부 기자 2024-02-29

인간은 평생 살아온 삶의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기도 한다. 갑자기 직장이 없어지거나 도시가 몰락하는 등 환경적 요인이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자기가 혹시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인생의 방향키를 급히 돌리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삶의 경로를 바꾸기로 한 영화 속 중장년의 도전 속에서 우리가 추후 새로운 발걸음을 내밀 때 참고할 만한 단서가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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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아내 잃은 슬픔에 동물원을 인수한 남자


일상을 공유했던 배우자와의 사별은 사람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한다. 미국 워싱턴의대 토머스 홈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 사망으로 인한 스트레스 점수는 100점으로, 이혼(73점)이나, 구속(63점)보다도 높다. 주인공 벤자민 미(맷 데이먼) 또한 아내가 죽고 난 뒤 고통받는 인물이다. 의욕을 상실해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들에겐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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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제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동물원 달린 집을 사들인다. 동물원에서 자신들보다 약한 존재를 돌보는 동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처도 어느 정도 치유되리라 믿었을 것이다.

영화는 가족의 새 출발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상실감에 무너져 있던 아빠가 동물원 재개장을 준비하며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비춘다. 무엇보다 가장 위로가 되는 건 작품이 슬픔에 다가가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사별 이후 비뚤어진 자신과 아들의 내면이 원상태로 돌아오길 바랐지만, 큰 진전은 없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계속 권위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아들은 지나치게 반항적이다. 다만, 동물원 재개장이라는 큰 미션을 앞두고 상대와 밀착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로가 그렇게 변하게 된 ‘슬픔’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어제와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어떤 슬픔과는 동행하는 데도 익숙해져야 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건 오늘도 어떤 그리움에 빠져 힘들어하는 이들의 등을 가볍게 도닥이는 손길이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볼 수 있는 OTT: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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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일상을 지키겠다는 용기


영화는 성인이 된 뒤 단 한 번도 모험해본 적 없는 남자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순간을 담았다. 주인공 월터 미티(벤 스틸러)는 잡지사 ‘라이프’지의 사진 에디터로 16년 동안 근무했다. 소년 시절 그는 스케이트보드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활동적이었으나, 아버지의 사망 이후 가족을 돌보기 위해 안정적 삶을 추구하게 됐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례한 상사에게 직언하는 것부터 좋아하는 여자에게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는 것까지 다양한 상상이 지나가지만, 늘 생각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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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처음으로 한 발짝 내미는 건 커리어에 닥친 위기 때문이다. ‘라이프’지가 온라인 전환을 도모하면서 종이 잡지 폐간호의 사진을 찾아야 하는데, 사진작가가 보낸 사진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 이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는 사진작가의 흔적을 찾아 자기 안전지대 밖으로 떠난다. 

늘 생각에만 머물던 그가 그린란드로 떠나고, 헬기를 타고, 자기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과 맞서 싸우는 모습이 유쾌하게 담긴다. 그만큼이나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건 그가 16년간 감당해온 삶 또한 소중하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모험심이 있었던 그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무모해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 또한 다른 종류의 ‘용기’일 수 있단 것이다. 세상의 발전은 자기 영역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의 용기뿐만 아니라 일상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용기에 빚지고 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볼 수 있는 OTT: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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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랜드

밴을타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인생


미국은 오랫동안 기회의 땅이었다. 사람들은 금과 석유를 찾아 미개척지로 떠났다. 그렇게 이룬 부가 ‘아메리칸 드림’이 돼 해외에서의 이민을 촉발했다. 더 많은 부가 인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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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구조가 ‘뉴 노멀’이 된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매드랜드>는 더 풍족해질 것이란 희망이 없는 사회에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다. 네바다 주 엠파이어 시에 있던 한 석고보드 공장이 폐업하면서, 해당 지역 경제가 몰락한다. 주인공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은 석고를 캐던 남편이 죽은 뒤 공장까지 문을 닫자 홀로 밴 한 대를 타고 떠돌며 사는 노매드(유목민처럼 자유로이 이동하며 사는 사람)가 된다. 

영화는 기승전결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대신 펀이 노매드 생활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노매드들은 자본주의의 실패 때문에 피해 입은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떠도는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들의 영혼은 끊임없이 성장하라고 채찍질하는 도시의 목소리로부터 자유롭다. 영화는 우리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온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거리를 두고 사유할 기회를 부여한다.

<노매드랜드>를 볼 수 있는 OTT: 디즈니+


*감상 가능한 OTT 정보는 2월 22일 기준으로,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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