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고 재미있으면, 두뇌는 늙지 않는다 호기심을 욕망하라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설레고 재미있으면, 두뇌는 늙지 않는다 호기심을 욕망하라

글 : 한소원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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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단지 열정적인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호기심과 기억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가 있었다. 60개의 상식 문제를 주고 제시된 그 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과 궁금증이 생기는지 1점에서 10점으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더불어 이 문제들의 답에 대해서도 얼마나 확신이 있는지도 1~10점 척도로 측정했다. 문제 예시는 다음과 같다. 




이 연구에서는 각각의 문제에 대해 각자 느끼는 호기심의 정도, 답에 대한 확신이 얼마만큼 있는지를 점수로 매긴 후 문제에 대한 정답을 잠시 보여주었다. 답을 본 후에 다시 이문제들에 대한 호기심 정도를 다시 매기고 스스로 이 정답을 얼마나 잘 기억할 것인지 추정해서 1~10점 척도로 대답하도록 했다. 60문제를 모두 풀고 정답까지 확인한 참여자들은 이전에 본 상식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인지 과제를 1시간 동안 수행해야 했다. 실험의 목적과 관련 없는 인지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장기 기억을 측정하는 실험 디자인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다. 그런 다음 상식문제 60개 중 30개를 무작위로 골라 시험을 봤다. 연구 참여자가 미리 답을 알고 있었던 문제는 제외되었다. 1주일 후 전화로 나머지 30개 문제로 다시 시험을 봤다.


연구에는 평균 연령 20세의 젊은 참여자들과 평균 연령 73세의 나이 든 참여자들이 포함됐는데 결과적으로 기억력의 연령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노인 참여자들의 경우 궁금한 문제에 관해서는 1주일 후에도 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즉 노인 참여자들의 경우 호기심이라는 요인이 장기 기억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과 장기 기억의 상관관계가 젊은 참여자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아주 잘 기억하지만 관심이 없는 주제라면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을 가져야만 기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기심을 가져야만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주의 집중이 높을수록 더 깊고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우리는 환경에 있는 정보를 다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뇌는 자원을 알뜰하게 분배해서 에너지를 아끼려는 의도를 가진 기관이기 때문에 뇌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한다. 선택적인 정보처리의 기제는 환경에서 중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처리해 불확실한 환경에서 생존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주의 집중을 선택하도록 한다. 이때 호기심이라는 존재가 이런 주의의 방향을 의도적으로 정하는 기제가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치매 위험도 낮춘다


많은 연구가 치매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들을 보여주었는데 그중 하나는 특이하게도 개인의 성격이다. 심리학에서 가장 많이 쓰는 성격 이론은 빅 파이브(Big5)라고 부르는 외향성·신경성·개방성·친화성·성실성 등 다섯 가지 차원이다. 이 중 신경성이 높은 사람이 치매 위험이 높은 성격으로 나오고 개방성과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 치매 위험이 낮은 성격으로 나타났다. 신경성은 걱정, 불안 등과 관련된 성향으로 심리적 문제와 가장 많이 연관되어 있는 성격 차원이다. 성실성은 시작한 일을 마치고, 규칙을 존중하고 맡은 일을 하려는 동기와 관련된 성격이다.


성격은 선천적인 것도 있으나 살아가면서 변화하는 부분도 많다. 이 중에서 개방성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개방성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마음이 얼마나 있는가를 보여주는 차원으로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에 대한 차원이다. 치매와 성격의 관계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이 개방성과 치매의 관계다. 즉, 호기심이 많은 것이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학습을 한다는 것은 뇌에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개방성은 새로운 경험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의 차원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성향은 건강한 뇌를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


두뇌 노화 막으려면 계속해서 배워라


노화와 지능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지능이 무엇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뇌의 입장에서 지적 능력은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지능을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계산적이고 논리적인 문제뿐 아니라 대인관계, 감정 조절, 신체적인 건강을 위한 문제까지 모두 포함한다.


뇌는 예측하는 존재다. 뇌는 경험에서 패턴을 찾아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경험이 많을수록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여기서 미래를 살아갈 때 활용할 수 있는 지혜들이 생겨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신경세포들의 배선을 변경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계속해서 뇌가 새로운 패턴들을 인지하고 축적할 수 있다.


뇌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방활동 중 하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가 있다. 인생의 전반기에는 배움이라는 것이 입시와 직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그러나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생 후반 무언가를 새로이 배운다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나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 배우는 것들은 내 뇌에 자극을 주고, 새로운 패턴들을 찾게 하며, 활발한 지적 활동들을 만들어낸다. 뇌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한국은 무엇이든 새로 배우기에 너무 좋은 나라다. 지역관공서에서 하는 문화강좌들도 수준이 높고 훌륭하다. 몇만원 수강료만으로 수채화도 배울 수 있고 외국어도 배울 수 있다. 요가도 배우고 공예도 배운다. 드럼도 배울 수 있고 기타도 배울 수 있다.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동기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잘하고 싶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다 잘할 필요도 없다. 잘하고 싶은 의지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기제이므로 우리가 할 일은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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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출발


몇 년 전 지하철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제목이 이렇게 나와 있었다.


“50,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 광고에는 흰머리가 섞인 모델이 어깨를 움츠리고 두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모델답게 고운 얼굴이었지만 미색 니트를 입고 수줍게 웃고 있는 이 모델은 할머니 콘셉트로 분장하고 있었다. 50이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라니 50이 어떤 나이라고 생각하고 기획한 것일까. 그 옆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클래식 연주회 홍보가 붙어 있었다. 70대의 유럽 지휘자가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로 서 있었다. 나이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인생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 삶을 확장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


김동률의 <출발>을 들으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누구를 만날지 무엇을 볼지 기대하면서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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