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신 부모님 노령연금, 간병하는 제가 관리하면 안될까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아프신 부모님 노령연금, 간병하는 제가 관리하면 안될까요?

글 :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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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부모님을 케어하랴, 케어에 필요한 물품을 제때 구매하랴, 이런 일만으로도 지치실 J씨에게 

   

얼마나 하기 어려운 말씀을 꺼내셨는지요. 가족돌봄에서 경제적인 문제는 특히 까다로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프신 부모님의 노령연금을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전무후무하기 때문이죠. 


저 역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를 모시고 있습니다. 엄마는 진단을 받기 전 이미 제 남동생에게 통장을 맡기신 상황이었어요. 주보호자인 제가 모든 경비를 쓰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아들 편인가 하는 원망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남동생과 엄마에게 노령연금 관리를 제가 맡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엄마는 잠시 정신이 돌아오셨는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 기저귀 사느라 돈 없지?” 라고 말씀하시면서 남동생에게 “얘, 노령연금 찾아서 누나 줘.”라고 하셨답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죠. 만일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 저는 매달 빠듯한 생활비에 허덕이며 섭섭한 마음이 계속 들었을 거에요. 

   

어머니 세대는 생리대조차 빨아서 쓰던 시대에 성장하셔서 그런지 일회용품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저희 엄마도 얼마 전에 일회용 요실금 팬티를 대야에 담가놓으셨어요. 빨아서 쓰실 생각이셨겠지요. 대야에서 물에 퉁퉁 불은 기저귀를 건져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답니다. 


J씨의 어머니께서도 아마 비슷하시지 않을까요. J씨가 어머니의 일회용 기저귀나 일회용 요실금 팬티 같은 것을 구입할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니, J씨 오빠에게 준 통장을 J씨에게 줄 생각을 못하실 수 있어요.  




부모님 돌봄에 있어 경제권에 대한 고민은 J씨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제가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에는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돌보는 일에 진심인 분들이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고 있어요. 멤버 중 B씨가 이런 에피소드를 전해주셨습니다. 알뜰한 어머니께서 어느 날 당신의 기저귀를 갈며 썼던 일회용 장갑이며 물티슈, 기저귀를 빨아서 빨래줄에 걸어놓으셨다고요. 그걸 본 B씨는 박스로 산 기저귀를 보여주면서 ‘나라에서 공짜로 주니까 기저귀를 빨 필요 없다’고 안심시켜드렸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 모든 물건을 재활용하고 아끼시려고 하시기에 나라에서 준다고 착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오빠에게 경제적인 문제를 꺼내는 일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위의 에피소드를 오빠에게 꺼내며 J씨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으면 어떨까요? 부모님의 노령연금을 J씨가 관리하면서 가계부를 적거나 엑셀로 정리해서 오빠와 공유하겠다는 제안을 해보세요. 오래 고민할수록 말하기 어려워지니 바로 지금 부드럽게 말을 꺼내길 바랍니다. “오빠, 할말이 있는데 부모님 노령연금을 내가 관리하면 안 될까? 엑셀로 입출금 내역 공유할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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