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타운, 일본에선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시니어 타운, 일본에선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

글 : 이지희 /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24-01-17



지난 기고문에서 일본의 유료노인홈과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에 대해 소개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맞이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를 지향하지만, 동시에 유료노인홈과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위한 정책 또한 매우 촘촘히 잘 수립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시니어타운에는 없는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1. 입주 일시금은 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상각한다!


우리나라 시니어타운의 경우 이용요금은 보증금+월 생활비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전세 개념으로 보증금은 시설을 퇴거할 때 돌려받을 수 있으며 매달 생활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 4천만 원에 월 생활비가 234만 원인 시설에서는 입주 시 지불한 2억 4천만 원은 퇴소시 그대로 반환되며 매달 234만 원을 지불하고 퇴거할 때까지 생활하게 된다(물론, 물가 상승률에 따라 생활비는 매년 증가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입주 일시금+월 이용료로 이용요금이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입주 일시금이 3,000만 엔(약 2억 8천만 원), 월 이용료 348,900엔(321만 원)인 시설에 입주하게 되면 입주 시 입주 일시금의 30%를 상각하고, 나머지 70%를 5년에 걸쳐 상각한다. 5년이 지나면 입주 일시금은 모두 소멸되고 퇴거할 때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월 이용료는 매달 지불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전세 개념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고, 반대로 한국에서는 상각방식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2. 유료노인홈이라고 하는 법적 명칭이 있으며 법적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설치 및 운영에 있어서 표준지도 지침이 존재한다. 


일본은 유료노인홈이라고 하는 명확한 법적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설치 및 운영에 있어서 표준지도 지침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시니어타운을 설치하여 운영하려고 하는 운영자들의 불만 중 하나는 법적인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가 여러 번 기고문에서 언급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노인복지주택과 일부 유료양로시설을 시니어타운이라고 부르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을 설치 함에 있어서 하나의 법적 체계를 구축하여 그것만을 따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노인복지법, 어떤 것은 주택법, 또 어떤 것은 소방법 등 다수의 법을 찾아서 살펴봐야 설치가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유료노인홈 설치 및 운영 표준지도 지침이 마련되어 있어 설치 운영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도 법적 체계가 잘 갖추어지길 바라본다. 




3. 개호보험과의 연계로 건강할 때 입주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일본 유료노인홈과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은 건강한 노인부터 개호가 필요한 노인에게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개호보험과의 연계로 운영자에게는 운영의 안정성을, 이용자에게는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할 때 입주하여 장기 요양 등급을 받게 되면 재가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서비스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1~2등급의 심각한 상태가 되면 살던 곳에서 퇴거하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점이다.  


4.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소유주와 운영자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니어타운을 운영할 때, 토지 및 건물의 소유자와 운영자가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본의 유료노인홈과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은 토지 및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2023년 10월에 방문한 시설 중 한 곳도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운송회사의 회장 별장으로 사용하던 곳을 통째로 임대하여 내부를 노인시설에 맞게 개조한 다음 유료노인홈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외부의 정원 등은 그대로 두어 고즈넉한 느낌이 들도록 하였는데 매우 인상이 깊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가 다른 시설이 새롭게 오픈을 앞두고 있다. 건물을 통째로 임대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시도가 우리나라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5. 하나의 법인이 전국에 몇 십개~몇 백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하나의 법인이 전국에 몇 십개~몇 백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유료노인홈 운영업체인 베네세의 경우 전국에 약 330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시설 안에서도 7개의 등급을 나누어 이용자들이 본인들의 사정에 맞는 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만큼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전국에 6개의 시설을 운영중에 있고, 최근 더시그넘하우스가 강남 수서에 이어서 청라에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시설들이 전국에 많이 생겨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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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국내 시니어타운, 무엇이 필요한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 시니어타운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사실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에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 10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희 시설은 다른 시설과 다르게 전실 온돌로 되어 있습니다”라고 소개를 하는데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모든 시설이 바닥난방이 되어 있지 않은가?


일본은 온돌 문화가 아니어서 겨울에 바닥난방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인데 최근 지어진 시설들에는 바닥 난방이 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설 견학을 하다 보면 건물 내·외부의 경우 우리나라가 훨씬 더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촘촘한 법적 체계, 서비스 마인드, 서비스 제공 방식 등이 아닐까? 


2024년 새롭게 시니어타운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오픈을 앞두고 있는 곳들도 있다. 또한 공공영역에서도 시니어타운을 건립하겠다고 한다. LH가 최대 2,000세대 규모의 시니어타운을 건립한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많은 세대수, 잘 지어진 건물이 아니라 어떠한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입주한 시니어들을 위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가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운영이 빠진 시설은 노인들을 모아놓은 집합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화와 정책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지만, 일본의 시니어타운의 특징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일관된 정책과 법적 체계를 통해 꾸준히 발전적으로 수정을 거듭하면서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니어타운이 ‘제대로’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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