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시어머니와 같이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는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제가 시어머니와 같이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는요

글 : 김동선 / 조인케어 대표/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 2023-11-10

“‘세상에 나 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었을 거다. 덕분에 잘 지내다 간다. 정말 고맙다.’ 임종을 앞둔 시어머니는 마지막 며칠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누가 병실에 들어오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되뇌었어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몇 년이 지났지만 K교수는 핸드폰에 저장된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애틋했으면... “결혼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살기 시작했어요. 제 긴 결혼생활에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늘 함께 했네요.”


가끔,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여자들을 만나면 깊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큰 호수를 만난 것 같은 감동을 받는다. 남편, 자식과도 매 순간 삐걱거리는 데 시부모를 모시고 살기 위해서는 어떤 멘탈이 필요한 것일까? 나와는 닮은 곳이 하나도 없는 타인과 살기 위해서는 나의 식성과 취향은 없다. 아들바라기인 그네들과 살다 보면 어렵게 지키고 있는 부부평등은 온 데 간 데 없다. 


 “사람들은 저 더러 ‘시어머니 모시고 살기 쉽지 않을 텐데 성격이 참 좋은가 보다’고 말들 하는데, 사실은 제가 모시고 산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저희들을 모시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녀는 결혼 후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 임용될 즈음부터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방학이 있고 비교적 자유로운 교수직이라고는 해도 수업준비하고 연구하랴, 학생 논문 지도하랴, 학회활동하랴 보통 바쁜 게 아니다. 바쁘게 바깥 활동하는 며느리를 대신해서 시어머니는 온갖 집안 일을 도맡아서 하셨다. 


external_image


어머니가 만든 음식은 무조건 '최고'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가셨어요. 집안 살림에, 두 아이들 육아까지 다 어머니 몫이었어요. 내가 평생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세상을 떠나셨구나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하루 종일 투닥거리는 두 남자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저녁이 되면 아마 녹초가 됐을 거예요. 제가 퇴근하고 들어오면 소파에 누워 계시다가 일어나시면서 ‘저녁 먹어야지?’합니다. 얼굴에 피곤이 한가득이에요. ‘어머니, 많이 힘드시죠?’라고 얘기하면, ‘무슨 소리니? 재밌기만 하는데...’라고 말씀하셨어요.” 


시어머니의 인품과 인내가 눈에 그려지는 만큼, K교수의 깊은 마음도 느껴진다. 


“저야, 돈을 버니까,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만큼 돈으로 때우는 거죠. 시댁 일이라면 항상 크게 해 드리려고 했죠. 어머니가 만든 음식은 무조건 ‘최고’, 하시는 일은 무조건 ‘좋다’고 말했지요.” 


어머니는 말년에 암으로 몇 년 간 투병생활을 했다. 어머니에게 의지도 되고, 간병도 필요해서, 시누이 옆 집으로 이사했다. 사정이 어쩔 수가 없다고 해도, 시월드에 둘러싸인 것이라 답답했을 법도 하다. 


“미안했죠. 제가 집에 있으면서 간병을 해 드릴 수가 없잖아요. 어머니에게는 딸이 제일 편안하고 만만했을 것 같고요. 그래서 말년에 아들 집에서 살면서 딸의 수발을 받았으니.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마지막 며칠을 병원에서 보냈을 뿐 마지막까지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픈 사람이 집 안에 있을 때에는 아무래도 식구들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아니에요. 마지막 2년을 온 가족이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어머니가 힘든 내색을 잘 안 하셨고 묵묵히 인내하셨기에 가능했어요. 어머니가 며칠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고 돌아오시면, 우리 모두 파티를 열었어요. 무뚝뚝하던 남편도 뭔가 깨달음이 있었든지, 어머니가 현관에 들어오시면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며 박수를 치고 어머니를 안아드렸어요. 시어머니가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을 생각하며, 또 우리와 함께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도 서로를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ternal_image


시어머니는 어떻게 견디고 노력했나 


시어머니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아무리 품이 넉넉한 사람이라도, 돈 번다고 손가락에 물 하나 묻히지 않는 며느리가 어떤 때에는 얄미웠을 것이다. 은근슬쩍 마누라 편을 드는 아들에게도 섭섭했을 것이다. 딸이라고 늘 만만했을까? 


그런데, 며느리에게 늘 웃는 얼굴이었고 상냥한 말만 해 주었다.  


임종을 앞두고 의식이 떠나가는 순간에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 고마웠다”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왔다. 어머니는 그 말을 자신의 마지막 말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해 왔을지 알 듯 싶단다. 


“어머니에게도 견디게 하는 힘이 있었던 거예요. 제가 보니, 매일 아침에 비슷한 연배의 친척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하셨어요. 이런 저런 얘기, 시시콜콜 털어놓으시면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으셨던 것 같아요. 그 말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입이 무거운 딱 한 분에게만 하셨던 것이지요.” 


가족은 하나의 파장 안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은 전염병처럼 번져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맙다’, ‘행복하다’는 말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K교수의 마음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K교수는 어땠을까? “아직도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지만, 이런 것은 있어요. 이제 집에 가면 진짜 내 집이다 싶은 편안함이 있더라고요.” 


성인군자 시어머니이고, 실제로 시어머니의 내조가 있어서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도, “모든 것이 시어머니가 참고 인내하셔서”라고 말하는 K교수의 슬기로움도 짐작할 수 있다. 


“일이 있으니까, 일단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일로 풀었다고 할 수 있죠. 남편, 자식도 마찬가지에요. 적절한 거리를 갖고 약간 둔감해지면 크게 부딪힐 일이 없어요. 한 가지 더, 제가 못하는 것은 못 한다고 딱 잘라 얘기를 해요. 나도 부담 갖지 않고 상대방도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함께 살 때 필요한 것 같아요.”


external_image


부모님, 시부모님과 동거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


1인 가구 900만 명, 20대 사회초년생에서, 돌싱 중장년, 독거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가 베테랑 솔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혼자 살기 위해 치루어야 할 대가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동거인을 찾아 나선다. 고양이도 좋고, 친구도, 타인도 좋다. 하지만 내 에고의 성역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으면서 내가 필요할 때에만 딱 존재해주는 동거인은 없다. 타협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가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집세를 아끼고, 돌봄을 제공하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줄 도우미를 대신해서 부모님 또는 시부모님과의 동거를 선택한다. 이러한 동거는 부모-자식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연맹이고 가장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동거가 K교수의 경우처럼 아름답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함께 살게 된다면... 


주변의 부모님, 시부모님과 동거를 하는 지인들의 조언을 모아 보았다. 


1.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듣기 싫은 잔소리와 지겨운 ‘나 때는...’에도 “네”, “그럴게요”로 대응한다. “그건, 아니거든요, 저는 이런 게 싫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도 당신들을 바꿀 수 없다. 그냥 평화를 선택하도록 한다.  


2. 시부모와 함께 살 때에는 당신들이 사랑하는 남편 흉을 보는 것은 금물. 

당신들의 남은 시간, 아들을 보면서 행복하시다는데, 그 정도 못 참겠는가? 


3. 내 감정도 중요하다. 

쌓이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만들도록 한다. 혼자서 산책을 하거나, 공연을 보러 가거나 남편 카드로 질러버리는 것도 한 방법. 1주일에 하루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방해받지 않도록 가족들의 이해를 구한다. 


4. 심리적 거리뿐 아니라 물리적 거리도 필요하다. 

K교수의 경우 어머니는 1층에, 부부는 2층을 쓰는 식으로 ‘따뜻한 스프의 거리’를 확보했다.  


5. 노인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과 질환에 대해 공부한다. 

급변이 생기거나 돌봄이 필요해질 때 전문가답게 대처를 하면 가족으로부터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