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배는 따로 있다는 당신을 위한 의사의 조언
글 : 박민수 / 서울ND의원 원장 2023-11-01
A 흔히 우리가 달콤한 간식으로 생각하는 것들은 영양학적으로는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들을 가리킵니다. 우선 이 혈당지수, GI 지수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란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포도당 100g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100으로 두고, 각 음식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상대적인 값으로 0~100까지 나타낸 수치입니다. 다음 표에서 음식들의 혈당 지수를 비교해보세요.
가령, 빵이나 도넛, 우동, 라면 같은 음식들은 혈당지수가 70이 넘는 음식들입니다. 반면, 고구마나 포도, 사과, 귤 같은 음식은 혈당지수가 55 이하인 음식입니다. 양배추나, 버섯, 토마토, 미역 같은 음식은 혈당지수가 불과 30이 되지 않는 음식에 속합니다.
혈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빠르게 혈당이 오르지만, 또 빠르게 혈당이 떨어지게 됩니다. 금방 배가 고파지고, 다시 다른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찾게 만듭니다. 다음 그래프를 통해서 혈당지수의 차이에 따라 우리 몸의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높은 혈당지수 음식이 빠르게 혈당을 올렸다가 또 빠르게 체내 혈당을 떨어뜨리지만, 낮은 혈당지수 음식은 천천히 혈당을 끌어올리고, 또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혈당이 빨리 떨어지면 우리 뇌에서는 심한 금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빨리 체내 혈당을 올리기 위해서 음식 충동이 커집니다.
대개 다음과 같은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음식 중독이 생기거나 심해지고, 간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또,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 더 많은 칼로리의 음식을 더 자주 먹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당연히 쉽게 살이 찌고, 때로는 과체중이나 비만이 생기겠지요.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우리 몸에서는 급하게 오른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 호르몬이 많이, 또 빨리 분비됩니다. 인슐린 호르몬은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호르몬인데요. 이렇게 인슐린 호르몬이 급하게 많이 분비되는 일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기능이 망가지면서 나중에는 당뇨병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그저 생각 없이 반복해서 먹었던 간식이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흔히 간식을 즐기는 분들이 하는 착각이 간식을 먹으면, 뇌가 잘 움직여서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만을 생각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간식으로 건강을 해치고, 살이 찌면, 무기력과 피로, 브레인 포그(뇌에 안개가 낀 듯 멍한 증상)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키면서 전보다 일을 못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A 많은 분들이 ‘당 떨어진다’는 말로 자신의 피로나 무기력 상태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그리 과학적인 설명은 아닙니다. 이런 말을 할 때, 정말 체내에 혈당이 떨어져서 그런 기분이나 증상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그보다는 훨씬 복잡한 이유들 때문에 그런 기분이나 증상을 느낄 것입니다.
충분히 쉬지 못해 피로를 느낀다든지, 다른 감정적인 문제 때문에 무기력감이나 의욕 감소를 느낄 수도 있고, 오히려 방금 전 식사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위가 음식을 소화하느라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쓸 수 없어서 머리가 멍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다른 원인들이 이런 기분이나 증상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전에 아침이나 점심 식사에서 충분히 칼로리를 섭취했다면, 체내에서 급격히 혈당을 떨어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건강한 식사 대신, 앞서 설명한 혈당지수가 높은 간식에 해당하는 음식으로 식사를 때웠을 경우에는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체내 혈당이 떨어지는 기분이나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당이 떨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떨어진 당을 보충하기 위해 당장 달달한 간식을 찾아 먹는 것은 올바른 대처 방법이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이 흔히 ‘당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나 증상을 느낀다면, 우선 잠시라도 스트레칭이나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다시 그런 기분이나 증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5분 정도 산책을 하거나 서성거리는 것만으로도 쉽게 그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참지 못하고 ‘당 떨어지는’ 기분이 들 때 당장 단음식을 찾는다면, 앞서 설명한 대로 여러분은 불건강하고, 살이 쉽게 찌는, 그리고 더 심한 피로를 경험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A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건강을 더 해칠 수도 있는 일입니다. 흔히 제로 음료로 불리는 음료수에는 설탕 대신 합성감미료인 수크랄로스와 당알코올의 일종인 에리스리톨이 들어가고, 천연당 알룰로스가 포함된 음료도 제로 음료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음료수를 아주 가끔 마시는 정도라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자주 장기간 마신다면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제로 음료를 대신 섭취했을 때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유는 사카린과 수크랄로스와 같은 인공감미료의 경우, 오히려 식욕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어서 더 살이 찌게 하고, 또 혈당도 많이 올리기 때문에 비만이나 심혈관질환,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몇몇 대체 감미료의 경우 사람에 따라 복통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당뇨병 환자에게 대체당을 권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당뇨병 환자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제로 음료를 꼽았지만, 최근에는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제로 음료 섭취를 권장 목록에서 뺀 것입니다.
다만, 아스파탐의 경우에는 신경계 부작용 등에 관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대체당의 경우에서는 미 FDA에서 그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혹자는 이런 음료수를 하루 수십 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면, 건강에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건강을 위해 일반 음료를 제로 음료를 바꾸는 것 역시 건강에는 거의 이득이 없는 일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히려, 정말 자신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이런 단맛이 강한 음료를 최대한 제한하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을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A 저녁 식사 이후에 먹는 야식, 밤 간식이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비만, 수면장애, 당뇨, 위식도 역류 등 셀 수 없이 많은 병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늦게까지 깨어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배를 채워야만 잠이 온다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는 억지나 궤변이 아니라 많은 부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긴 합니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생성시키는 트립토판은 단백질에서 얻어지기 때문입니니다. 그래서 저녁에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멜라토닌 생성이 촉진되어 잠이 잘 오는 것입니다. 또 밤늦도록 깨어 있으면 아드레날린과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이 활성화됩니다. 그런데 이때 조금이라도 음식을 먹어 그렐린 호르몬을 잠재우면 잠이 잘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멜라토닌이나 그렐린 호르몬만 만족시키는 일이지, 우리 건강 전체를 해치는 심각한 불건강 행위입니다.
야식을 먹어 배가 든든해져서 잠이 잘 온다고 해도 우리 몸, 그중 위에는 막대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는 동안에는 우리 위의 기능 역시 현저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신체활동 없이 누워만 있으니 위의 기능은 거의 멈춘 것에 가까운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야식을 먹어서 위에 음식을 채우고 자게 되면 위는 움직이지 못하면서 위액만 계속 분비되는 대단히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넘친 위액은 곧장 기도까지 역류하는데 이것이 바로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설사, 이 정도까지 불편감이나 해당 증상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자기 직전이나 몇 시간 전 야식을 먹는 행위는 우리 몸 전반에 심각한 해를 가하는 일인 것입니다.
많은 연구에서 야식이 피로감을 높이고, 호르몬 분비 기능을 떨어뜨리며, 위장 질환을 유발하고, 심지어 위암 등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하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당장 야식을 장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능력,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일찍 자는 것이 중요하며, 설사 깨어 있더라도 야식을 먹지 않는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 서울대학교에서 의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GC헬스케어의 개발기획 이사를 역임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강연과 방송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재 구독자 54만 명의 ‘박민수 박사’ 채널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강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저서에 <면역력 : 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 <먹는 순서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 <내몸경영> <저울면역력>, <마흔건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