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 ‘명문대’ 대신 ‘난칸대’로 서열 표시

일본인들에게 일본 대학 순위를 물으면, 시원한 답변을 듣기 어렵다. 사회 통념적으로 인정하는 ‘명문대’ 랭킹이 있긴 하지만, 공개적으로 대학 순위를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 지역별로 꽤 차이가 나고, 학문 분야별로도 다른 것도 그 배경이다.    

그렇다고 대학 서열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초일류’ ‘일류’ 대학으로 꼽히는 대학이 존재한다. 대입 학원가나 입시 사이트는 ‘명문(名門) 대학’ 대신 ‘난칸(難關) 대학’으로 표시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운 난이도로 이해하면 된다. 교육 전문 출판사 오분샤에 따르면 일본 대학 수는 2022년 기준 총 790개다. 사립대가 592개로 가장 많고, 공립대 94개, 국립대 82개다. 수험생들이 입학하기가 어려운 난칸 대학으로 꼽히는 대학은 국공립 20여개, 사립대 15개 정도다. 

국립대에서는 옛 제국(帝國) 대학에 뿌리를 둔 도쿄대, 교토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 오사카대, 나고야대학 등 7개가 가장 선호된다. 히토쓰바시대, 도쿄공업대, 도쿄예술대, 도쿄외국어대, 요코하마국립대, 고베대 등도 인기가 높다. 대학의 머릿 글자를 따서 ‘소케이조리’로 불리는 와세다대, 게이오대, 조치대, 도쿄이과대가 4대 사립대로 꼽힌다. 국제기독교대, 메이지대, 추오대, 릿쿄대와 서부 지역의 간사이대, 간세이가쿠인대, 도시샤대, 리쓰메이칸대 등도 입학 문이 좁다.    

외국 기관에서 발표한 일본 대학의 공식 순위가 있긴 하다. 영국 THE(타임스 고등교육)이 발표한 2023 일본대학 랭킹에 따르면 도호쿠대학이 4년 연속 정상 자리를 지켰고, 도쿄대는 전년과 같은 2위였다. 이어 오사카대, 도쿄공업대, 교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 나고야대, 쓰쿠바대, 국제기독교대 순이다. 7대 국립대가 모두 8위 안에 진입해 강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게이오대와 와세다대는 12, 14위였다.  

유명 기업 선호 대학, 게이오 와세다 도쿄대 순

일본에서 유명 기업에 입사하려면, 반드시 유명 대학에 들어가야 할까. 이 말은 절반만 맞다. 상위권 대학의 졸업 예정자들이 선호하는 전문직 고수입 직종이나 대기업의 대학별 취직자 수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유명 대학 출신이 많긴 하지만, 이름은 덜 알려진 취업에 강한 이공계 특화 대학도 꽤 있다.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9월23일자)에 따르면 요즘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취업희망 기업은 7대 컨설팅 회사(액센츄어, IBM, 노무라총합연구소, 딜로이트, PWC, 보스톤, 맥킨지)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현 메타), 아마존)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이들 회사는 어느 대학 졸업자를 많이 뽑고 있을까. 

지난해 7대 컨설팅 회사에 가장 많이 들어간 대학은 게이오대, 와세다대, 도쿄대 순이었다. 취직자 수를 기준으로 비교했기 때문에 대학 규모가 큰 대학이 유리한 구조이긴 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3개 대학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GAFA의 취직자 수 ‘탑 3’도 와세다대, 게이오대, 도쿄대였다.

7대 컨설팅 업체의 대학별 취직자 수는 3개 대학에 이어 도쿄공업대, 오사카대, 교토대, 도쿄이과대, 조치대, 메이지대, 히토츠바시대 순으로 많았다. GAFA의 경우 도쿄공업대, 조치대, 도시샤대, APU(리츠메이칸 아시아 태평양대), 오사카대, 요코하마국립대, 국제기독교대, 간사이대 등이 10위 안에 들어갔다. <표 참조>

유명 대학보다 취업 잘 되는 이공계 특화 대학

난칸대학 그룹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유명 대기업에 취업이 잘 되는 강소 대학들이 꽤 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400대 주요 기업에 입사자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국공립대학의 경우 규수공업대, 덴키쯔신(전기통신)대, 나고야공업대 등이 취업에 매우 강했다. 사랍대학에서는 도요타공업대, 시바우라공업대, 도쿄덴키대 등이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일본 명문 대학은 우리 나라처럼 수도권에 몰려 있지 않고,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역에 근거를 둔 우수한 국공립대가 많아 수험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덜하고, 인재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그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는 경향이 높다. 유명 대기업에 취업이 잘 되는 이공계 강소 대학이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