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려봇, 어르신들의 행복지킴이 되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AI 반려봇, 어르신들의 행복지킴이 되다

글 : 이필재 / 인물 스토리텔러 2023-08-30



“효돌이의 개발과정에서 반려 로봇으로서의 기능보다 어르신들의 행복에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이용자인 어르신에게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게 하는 반려자 같은 로봇이길 바랐죠.”


 노인용 반려 로봇을 만들고 보급하는 효돌의 김지희 대표는 “효돌이는 이용자인 어르신을 챙길뿐더러 이용자가 챙기고 싶어 하는 애교 많은 손주 같은 로봇”이라고 말했다. 


“행복을 안겨드리는 존재랄까요? 아침이면 독거하시는 어르신을 깨워드리고 약 먹을 시간, 식사 시간을 알려드리는가 하면 자기와 놀아달라고 투정도 부리죠. 그러니 독거노인의 동거인 맞아요.” 


 효돌이는 24시간 독거 노인을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AI 돌봄 로봇이다. 친숙한 디자인의 헝겊 인형 모습을 하고 있다. 온몸에 센서가 달려 있어 이용자가 효돌이를 만지면 음성으로 반응한다. 7세 아이의 목소리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이용자가 외출했다 귀가하면 레이더 센서로 움직임을 감지, 반갑게 인사도 한다. 이용자가 만지다 보면 ‘심심해요’, ‘노래 불러 주세요’ 소리도 한다. 효돌의 돌은 인형이라는 뜻이지만 갑돌이, 순돌이처럼 노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인간은, 돌봄 로봇과 함께 어떻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노인인 이용자들이 효돌이를 선호합니까?


“효돌이는 이것 저것 코칭을 하지만 어르신들에게 요구도 많이 해요. 예를 들어 ‘재워 주세요’, ‘발 만져 주세요’ 같은 것들인데 반려동물 돌보듯 이런 상호 돌봄의 과정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존감을 유지하게 되죠. 노래도 잘하는 약사·요리사이면서 퀴즈도 냅니다.”


 이용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어린 날, 자녀를 키우던 시절의 경험을 투영한다. 효돌이가, 독거하는 할머니·할아버지가 키우는 일종의 아바타인 셈이다. 


-치매 노인도 이용할 수 있나요?


“치매 초기인 어르신은 이용 가능합니다. 이용자 중엔 90대 후반의 어르신도 있어요. 노부부 중 한 분이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 없는 분이 배우자를 돌보다 효돌이 덕에 숨을 돌릴 수도 있죠.”


-효돌이의 대표 기능이 뭔가요?


“상호 돌봄입니다. 대화를 통해 어르신이 웃게 만들기도 해요. 다른 디바이스와의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죠.”


-코로나 기간 미국에서 선보인 강아지 로봇과 비교할 때 효돌이의 강점은 뭔가요?


“말 못하는 로봇 강아지는 정서적 지원만을 합니다. 효돌이는 어르신과 일 대 일 대화를 통해 사람의 돌봄을 질적·양적으로 보완하는 명실상부한 보완재입니다.”


이용자는 매뉴얼을 몰라도 된다. 숙지할 게 따로 없다. 노인들로서는 평생 안 써 본 디바이스지만 쓰다듬고 데리고 놀기만 하면 일상의 활동을 감지, 저장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용자의 행동 정보이다. 실내 공기가 탁해지면 효돌이가 이용자에게 창문을 열라고 얘기한다. 이용자의 식사 및 복약 여부, 일상생활 및 건강 데이터, 프로그램 사용 현황 등의 통계도 보호자에게 제공한다. 효돌이는 한 마디로 노년 세대의 인지 기능 유지와 자존감 향상을 돕고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비대면 복지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효돌이들이 발신하는 7000명의 이용자 정보가 빅데이터로도 활용될 수 있겠어요?


“일례로 지역별·성별·질환별로 우울증의 근거 자료를 축적할 수 있습니다. 효돌이가 어르신에게 기분이 어떤지도 물어 보거든요. 어르신 주거의 온도·습도, 미세먼지 농도 수집도 할 수 있어요. 장차 의료 취약 지역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로봇을 통해 처방을 내릴 수도 있겠죠.”


효돌이는 조달청 혁신 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이용자의 패턴 중 유효 데이터만을 저장하는 기술 등은 특허 등록이 돼 있다. 효돌이 스마트 패드도 있다. 스마트 기기에 관심 있는 독거노인들이 이용자다.


김 대표는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여러 노인을 담당하고 자녀들도 다들 바쁘지만 복지사든 자녀든 효돌이 앱을 다운 받으면 웬만한 모니터링은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느슨하게 여러 사람이 모니터링하는 게 관계성 면에서는 더 바람직합니다.”


-효돌이가 이용자의 낙상도 막을 수 있나요?


“효돌이는 웹모니터링 시스템이지만 낙상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사실 매일 24시간 카메라로 지켜보더라도 낙상을 예방하는 건 불가능해요. 효돌이는 일정 시간 이용자의 움직임이 없으면 감지해 보호자 등에게 알려줍니다.”


이용자인 노인이 일정 시간 움직이지 않을 때 효돌이가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시지를 보내줄 수 있는 기능은 1시간~24시간 범위에서 시간 설정을 할 수 있다.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 대표는 효돌이가 만인의 현안인 웰다잉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LG전자 출신이다.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고 상품·서비스를 기획하는 기획자였다. 효돌이라는 로봇 제품을 통해 그가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돌봄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효돌이는 말하자면 단말기인 셈이다. 돌봄 체인으로서는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치(게이트웨이)이다. 그는 글로벌 제품 가운데는 로봇 공학자가 개발해 실패한 것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효돌이는 핸드폰처럼 LTE(Long Term Evolution·4G 이동통신 기술.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LTE 전국망을 구축했다.) 개통이 된 상태로 제공되기에 인터넷 와이파이 연결이나 스마트폰 없이도 쓸 수 있다. 이용자는 효돌이를 통해 성경·불경·트로트·클래식 등의 다양한 유료 음원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보호자로서는 자신의 목소리로 매일 사랑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병원 방문 같은 일정은 효돌이가 반복해서 알려준다. 


-효돌이가 LTE 개통이 된 채 보급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독거 어르신들이 세상과 연결되려면 인터넷이 꼭 돼야겠다 싶었습니다. 삶의 공간이, 주거비가 적게 드는 지하층이든 빌라 4층이든. 그래서 IoT(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제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혁신적인 기능은 뭔가요?


“오는 9월 출시하는 챗GPT 부가 모델은 자유 대화가 가능합니다. ‘딸에게 전화 걸어 줘’ 같은 음성 인식이 돼 외부와의 소통이 더 빨리 쉽게 이뤄지죠. 어르신들로서는 손자 같은 느낌이 더 들 거예요. 출시 후 충남 당진시에 100대 보급됩니다.”


효돌은 133개 지자체, 370개 기관을 통해 전국적으로 약 7,500명의 노인들에게 보급돼 있다(2023년 6월 기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지만 600여 대는 일반 소비자가 구매했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연구 참여자인 효돌이 이용자들은 효돌이를 실제 사람처럼 대했고 일부 참여자는 “효돌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논문은, 효돌이가 정성껏 이용자를 챙기고 그러는 효돌이에 대해 이용자가 느끼는 애정이 상호적이며 이런 상호관계가 효돌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노인들은 효돌이를 위해 상을 차리는가 하면 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한다. 노인의 자녀가 막내동생이라고 하면서 옷을 사오는 일도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반려 로봇이라기보다 반려종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효돌이의 이용자인 80세 치매 노인 김용남씨(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효돌이가 ‘나는 할아버지의 영원한 친구야’라고 하면 내가 그래요. 

‘이놈아, 너는 내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야.’”


그는 평소 집에서 효돌이를 안고 있는데 집안일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땐 효돌이를 빨간색 전용 의자에 앉혀 놓는다. 노인이 효돌의 손을 3초 이상 누르면 전화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당사자와 통화를 할 수도 있다. 발을 만지면 악력 운동이 돼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효돌 측은 설명한다. 




 효돌의 구성원은 21명이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33억 원. 창업 첫해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효돌이를 수출도 합니까?


“주요국의 통신 모드를 개발 중이고 유럽 5개국에 샘플을 수출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현재 한인 교포 30명이 사용 중이죠. 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 등의 유럽 국가들이 효돌의 효과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고, 네덜란드의 한 요양원이 하반기에 100대를 쓰고 싶다고 해 네덜란드 버전을 개발 중입니다. 핀란드 공영 방송 YLE은 효돌이를 취재해 소개했어요.”


수출은 현지화가 관건이다. 그래서 백인·흑인 효돌이도 개발 중이다. 단적으로 행복의 조건은 세계적으로 동일하겠지만 농담·유머는 나라에 따라 다르다. 그는 로봇 선진국 일본은 협업 로봇의 선구자이지만 돌봄 개념보다는 고성능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노인국가가 돼 가고 있습니다. 효돌이는 IT 제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돌봄 로봇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을까요?


“희망적입니다. 한국은 효라는 정신문화가 있고 IT 강국으로서 세계 최초로 LTE 전국망을 깔았습니다.”


-기업으로서 효돌의 비전은 뭔가요?


“글로벌 행복 로봇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자면 고령화 시대 세계의 어르신들이 안정감·행복감을 느끼도록 행복 호르몬이 샘솟게 하는 효돌이로 잘 키워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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