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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할머니지만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 : 김동선 / 조인케어 대표/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 2023-08-04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 NHK방송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70%를 넘어서면서 남녀 격차가 역대 최저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미국내 25~54세 여성들의 근로참여율이 77.6%를 찍었다고 한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남자들의 경제활동참여율에 육박한 수준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자의, 타의로 직장을 떠났던 여성들이 대다수 돌아오는 현상은 남성의 1인 벌이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고물가가 원인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일손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다. ‘빗자루라도 세워두고 싶은’ 고용주들은 예전과 달리 여성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일손 부족은 일본에서 가장 심각하다.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기업이 도산하는 건수가 역대 최대이다. 단카이세대의 자녀들인 단카이주니어세대가 전부 65세가 되는 2040년이면 전 업종에서 1,100만 명의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65~69세 연령계층에서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파트타임이든 정규직이든 일을 하고 있다. 70세 이상에서는 18.4%가 일을 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할머니들이 식당에서 서빙을 하거나 진열대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건설업, 물류를 비롯해서 전 업종에서 일손 부족이 심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이 헬쓰케어(보건의료)영역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케어워커(요양보호사)에 대한 수요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이에 관계 없이 일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일자리는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다.

 

90세 현역 여성 돌봄전문가가 일하는 방법


고령의 나이에 헬스케어 영역에서 활약중인 롤모델을 한 방송에서 발견했다.


교토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인 야마시로누쿠모리노사토(山城ぬくもりの里)에서 일하고 있는 호소이 에미코씨. 그녀의 나이는 91세이다. 침대에 누워서 수발을 받는 것이 아니라 누워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주간이용시설인 이곳의 이용자 130여 명의 평균수명이 86세이니,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다.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치매를 앓는 할머니들은 ‘에미코’언니와 함께 옛날 이야기를 하거나 보살핌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조용히 느릿느릿 움직이면서도 사람들의 통증과 불안감을 귀신같이 알아채서 달래고 어루만진다. 치매 할머니들의 머리를 감기고 매만져주는 그녀의 손길은 샛털구름처럼 포근하다.

 

그녀가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종사한 지 벌써 75년째. 17세의 나이로 간호사가 된 이래 계속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을 해 왔다. 생로병사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환자들을 위로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겼던 그녀는 60세에 간호사에서 은퇴해서 개호(돌봄)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간호는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면 개호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그녀에게 ‘건강’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젊은 사람처럼 힘이 넘치지는 않지만 나보다 더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리고, 돌봄이란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생을 알고 그의 현재 기분을 살피고, 그의 세계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녀의 75년 커리어에서 깨우친 돌봄이란 ‘서로 기대며 맞추어 가는 것’이다. 치매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게 순응하다 보면 환자들도 그녀의 말과 행동에 반응을 보인다.




늘어나는 간병인 수요 감당할 수 있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보면서, 필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일본에서의 돌봄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인 것을 보니 앞으로 우리의 상황도 크게 염려된다는 것이다.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질병이나 노쇠, 치매 등으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인구는 대략 95만 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노인인구 증가에 비례해서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필요하지만 사람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11만 명의 요양보호사 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장기요양기관에만 해당하는 것이며 암이나 기타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돌보는 간병인 수요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가족의 질병이나 부모님 간병으로 간병인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인난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잘 알 것이다.


잘 알고 지내는 한 요양원 원장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요양보호사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구인광고를 냈는데 43년생 요양보호사가 찾아왔단다. 아무리 요양보호사가 귀하다고는 하나, 80대 할머니를 쓰는 것은 좀 어렵겠다 싶어서 돌려보냈다. 하지만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요양보호사를 구할 수가 없었다. 장기요양시설에서는 인력배치기준이 있어서 요양보호사를 필요한 숫자대로 채우지 못하면 감산규정에 따라 많은 돈을 토해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와 달라고 했더니, ‘이미 취직을 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80대 요양보호사가 없는 것이 아니며 조만간 90대 요양보호사가 등장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닌 것이다.

 

일, 노년의 행복 조건 

 

두 번째는 100세 시대에 90세에도 일하는 모습은 앞으로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를 부정적으로 보아왔지만 에미코씨의 사례를 보면서 다른 관점에서생각할 여지가 생겼다.90대이기 때문에 그녀 역시 신체적 한계가 있으며 피로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방송에서 그녀는 일주일에 3번 출근하고, 하루에 6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일을 조절했다. 업무 역시 힘이 필요한 일보다 치매환자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대화를 통해 이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40여 년을 일하면서 터득한 지혜와 요령이 있어 다른 직원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있다.  


규칙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녀의 생활에는 탄력이 있다. 혼자 살면 귀찮아지는 요리와 청소도 적당히 하지 않는다. 쉬는 날에는 마을의 아픈 사람들을 방문하여 필요한 것이 없는지 살피고 말벗이 되어준다.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쁨과 감사가 그녀에게는 또 다른 에너지가 되어준다.

노년기의 행복을 위한 조건으로 자신의 건강과 신체적 조건에 적합한 일이 꼽힌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회활동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일은 가장 좋은 건강 관리방법이기도 하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려면


여성들의 취업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전 세계적인 흐름에서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그 동안 OECD국가가운데 최하위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코로나 이후 여성들의 고용율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낮은 수준이다.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고, 자녀가 성장해야 일터로 돌아올 수 있다..그래서 여성의 고용패턴은 연령대 별로 보았을 때 M자형을 그리게 된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직장을 다니던 시기’와 이후 육아 등으로 ‘일을 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일을 하는 동안이 더 행복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내 삶은 더 질서가 있었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고민을 덜어낼 수 있었고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일하는 상태’가 ‘행복한 상태’로 학습됐다. 이러한 학습효과가 경력단절 이후에 여성들이 다시 일을 찾고 싶어 하는 데에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일터에 참여하고, 노후에도 일을 행복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지원책이 필요하다. 노년기에도 지속가능하며 의미있는 일자리, 여성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재교육과 고용지원, 그리고 충분히 존중받고 적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직장 분위기와 임금 구조가 필요하다.


여성의 M자형 고용패턴에서는 50대 이후에 고용률이 다시 감소하는데 평균수명 100세 사회에서는 60대, 70대에도 여전히 일하는 선구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강하게 나이들기 위해서,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 평생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더 많은 여성들이 노후에도 일을 행복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도 지원책이 필요하다. 노년기에도 지속가능하며 의미있는 일자리, 여성들의 취업을 도와주는 재교육과 고용지원, 그리고 충분히 존중받고 적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직장 분위기와 임금 구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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