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면 지금, 다시 시작하세요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3-07-24
경제신문 기자 시절 손수 기업을 일군 최고경영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가끔씩 창업 배경을 묻으면 이런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만족하며 살 수도 있었으나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100세 인생 디자이너로서 예비 퇴직자들을 만나보면 자주 듣게 되는 푸념이 있다. “젊었을 때 좀 더 열심히 살았어야 했어요. 지금 와서 보니 대기업 퇴직자라도 받아주는 곳이 별로 없네요.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라도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퇴직자들의 후회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올해 초 일본 고령자를 대상으로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젊었을 때는 투자 상품을 외면했고, 뒤늦게 공부하지 않은 채 투자했다가 실패한 것’이 후회 1위였다. 일본에서도 공적연금으로는 노후생활이 불안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인생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2위)’과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3위)’이 그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도 올해 50대 이상 퇴직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후회 1위는 ‘재정 관리 소홀’이었고, 그 다음으로 ‘일자리 준비-건강관리-취미/여가-가족/인간관계 소홀’ 등이 꼽혔다.
퇴직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인생에서 어떤 걸 가장 후회할까. 『후회의 재발견(The Power of Regret)』 저자 다니엘 핑크는 미국인(성인 4489명)과 전세계인(105개국 1만6000명)을 대상으로 각각 ‘후회 조사’를 벌였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가족-파트너-교육-직업-재정-연애-건강 순으로 후회를 하고 있었다. 후회의 최대 원인은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였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85년 동안 ‘성인발달연구’를 해온 결과, 행복과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회적 건강(Social Fitness)’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일맥상통한 결과인 셈이다. 퇴직 20~30년 후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무엇을 후회할까. 일본 호스피스병동에서 일하는 오츠 슈이치 전문의는 1000명의 호스피스 환자들에게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가 경험을 토대로 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를 보면 환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지 못한 것’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털어 놓았다. 25가지 후회 가운데 ‘돈을 더 많이 벌었어야 했는데’와 같은 후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후회 관련 조사를 좀 더 과거로 되돌려보면 미국인들의 관심 분야가 사뭇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953년에 했던 설문조사에서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후회 1위였고, 2005년 조사에서도 교육 관련 후회가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조사에선 실연과 이혼 등의 ‘연애’ 문제가 후회 1위로 나왔다. 설문 대상자와 시기에 따라 후회 내용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대목에서 내가 후회하는 내용도 털어놓고 싶다.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 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단순 정보와 감으로 투자했던 것,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지 못했던 것, ‘100세 인생달력’을 온라인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생애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 등이다. 우선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지금 시점에서 후회하는 것 네 가지다.
아직도 영어 신문을 손에 놓지 않고 있지만, 영어회화 능력은 여전히 형편없다. 퇴직 후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곳에서 1년 살기라도 해볼까. 유독 영어에 아쉬움이 큰 이유는 과거 직장의 도움을 받아 내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개인의 사회책임지수(ISR)’를 국제 컨퍼런스에서 제안하고, 글로벌 사회운동으로 펼쳐보고 싶기 때문이다. 돈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복리효과를 거두지 못한 투자활동을 해 왔다는 점도 많이 후회된다. 퇴직 이후 그나마 돈의 속성에 대해 탐구했다. 부자로 가는 길을 더욱 심도 있게 공부했고,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근력의 중요성도 깨우쳤다. 장기적으로 연 5% 수익률이 고수익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반면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지 못한 게 후회되지만, 앞으로 꼭 해볼 계획이다. 또한 온라인 ‘100세 인생달력’을 만들어 생애설계 관련 사회공헌 활동도 머지않아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후회 최적화’를 설파한 다니엘 핑크는 지금 시점에서 과거에 후회한 것들을 복기해 보고 앞으로 그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미래에 후회될 것을 미리 생각해보고 그때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실천하라고 힘주어 말한다. ‘후회 오답노트’를 통해 후회를 최소화하고, ‘후회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품으라는 얘기다. 후회의 노예가 돼서는 안되겠지만, 후회를 인생의 걸림돌이 아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온전히 우리 의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