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을 부르는 인맥 관리 비결
글 : 이제경 /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2023-05-04
‘사회적 근력(Social Fitness)’은 우리 삶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통한다. ‘하버드 성인발전 연구’를 해온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와 마크 슐츠 박사가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사회적 근력은 곧 건강한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좋은 인간관계는 사회 생활은 물론이고 건강과 경제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도 최고의 보약으로 작용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비만환자나 하루 담배 반갑 정도의 흡연자보다도 조기사망률이 26%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월딩어 교수와 슐츠 박사는 건강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소셜 피트니스(Social Fitness)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사회적 건강’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는 ‘사회적 근력’으로 표현하고 싶다. 왜냐하면 인간관계도 매일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건강한 체력을 갖기 위해 쉬지 않고 헬스장을 찾듯이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부지런히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친구가 됐다고 해서 영원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멀어지지 않기 위해 더 관심을 쏟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인맥은 ‘돈’과 마찬가지로 이중적인 잣대로 바라보는 대상인 것 같다. 돈을 좋아하고 부자가 되길 원하면서도 돈 얘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돈을 밝히는 사람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맥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내심 좋은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인맥관리로 비춰지는 걸 꺼려한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라면 당장 잘라내야 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면 보강해야 한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라도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인맥과 돈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곧잘 기본원소인 탄소(Carbon)를 예로 든다. 연필심의 원료인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모두 탄소로 만들어진다. 즉, 탄소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연필이 되기도 하고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가 생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맥을 잘 활용하면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고, 행복하게도 해준다.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푸트남 교수는 인맥을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인맥은 개인 뿐 아니라 국가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던바의 수(Dunbar’s number)’란 게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빈 던바 교수가 발견한 최적의 인맥수를 말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최적의 인맥 수는 150명이다. 일종의 호혜성과 의무감이 작동하는 범위다. 소위 말해서 경조사를 챙겨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사회적 근력’이란 의미를 되새겨보면 150명의 지인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가운데 피를 나누는 형제만큼이나 가깝게 지내는 절친이 있어야 한다. 던바 교수는 2~5명의 절친이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10명 정도의 정서적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친한 친구’ 그룹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핸드폰에 수천 명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어도 곤궁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맥의 질도 중요하다. 최적의 인맥 수로 통하는 150명의 친구와 인연을 맺고 있다고 해도 그들 대부분이 한 직장에 근무한다면 인맥의 질이 좋다고 볼 수 없다. 인맥의 질은 인맥의 긍정적인 효과를 배가시킨다. 인맥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정보력, 권력, 멘토링, 개인적 지지 등을 꼽을 수 있다. 인생의 멘토는 인맥의 질을 한 차원 높여준다.
호혜성과 의무감이 작동하지 않는 느슨한 관계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 같다. 『인생을 바꾸는 관계의 힘』을 쓴 미국 예일대 마리사 킹 교수는 ‘약한 유대의 힘’을 강조한다. 놀랍게도 인생에서 중요한 변화를 준 사람은 친한 친구그룹보다 오히려 약한 유대관계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인맥의 수와 질은 생애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생 후반전일수록 인맥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유연한 사고방식을 견지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하고, 더 많이 베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맥을 쌓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정성인 것 같다. 또한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맥은 바로 가족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기까지 21년 동안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고, 라이나생명에서 10년 동안 전무이사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일했다. 주경야독을 통해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희대와 숙명여대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재 ㈜에코마케팅 감사, 100세경영연구원 원장(비상임)으로 있다. 저서로는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 『All Ready? 행복한 은퇴를 위한 모든 것(대표저자)』, 『스타 재테크(공저)』, 『잘 나가는 기업, 경영비법은 있다(공저)』 『재테크박사』 등이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개인의 사회책임(ISR) 지수’를 창안하기도 했다. 필자 이메일 주소: happylogin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