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인공지능은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20년 후, 인공지능은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글 : 박덕건 / THE SAGE INVESTOR 편집장 2023-04-11


챗GPT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닷컴 붐 이후 이런 일은 처음이지 싶다. 물론  그동안에도 4차 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해서 늘 소문은 무성했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을 뺏기지는 않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이 확실하다. 두 번의 벤처 시도를 말아먹고 이제는 조신하게 살겠다던 동창 하나도 최근 GPT를 보고 전의가 불타오른다며 술자리에서 엄청 말이 많아졌다. 곧 다시 전장으로 컴백할 기세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20년 후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런데 형식이 독특하다. 어떤 분야를 소재로 한 SF 단편을 하나 보여준 후 그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는 식이다. 대상으로 한 분야는 딥러닝, 딥페이크,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 보건의료, 확장현실, 자율주행차, 양자컴퓨팅과 자율무기, 인공지능에 의한 실업, 인공지능에 의한 행복증진, 새로운 경제모델 등 총 10개다. 책의 주된 관심이 인공지능에 있는 만큼 모두 인공지능과의 연관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은이는 두 명인데 둘 다 중국계다. 리카이푸는 타이완 출신으로 카네기멜론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컴퓨터공학자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일했으며 또다른 저자인 천치우판과는 구글에서 일할 때 만났다고 한다. 이미 인공지능을 주제로 “AI 슈퍼파워”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전력이 있다. 이 책에서는 해설 부분을 썼다. 


소설 부분을 쓴 천치우판은 중국 광둥성 출신으로 베이징대학교를 졸업하고 바이두와 구글차이나에서 일하다가 SF작가가 된 인물이다. 전작이 모두 중국어 작품인 것으로 봐 주활동무대는 중국인 모양이다.


선입견이기는 하지만 대개 중국인 저자들은 근거가 부실하고 과장이 심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식의 거부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저자 이름을 가려놓았다면 아마 어떤 미국인이 썼나 보다 생각했을 것이다. 


실시간 데이터의 위력


자, 그래서 이들이 그리는 20년 후의 미래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예를 들어 1장 ‘황금 코끼리’에서는 미래의 보험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일단 계약자가 보험에 가입

하면 보험사는 가입자의 모든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가입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한다. 금연이나 안전운전을 권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것은 지금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20년 후의 세상에서는 이것이 가입자의 실시간 행동에 대응해서 이뤄진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요컨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받는 대신에 자신의 실시간 데이터에 접근할 권리를 보험사에 팔고, 보험사는 이를 활용해서 가입자의 모든 행동에 개입하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실시간 데이터란 단순히 위치 정보 정도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데이터다. 


그러니 보험사의 개입 범위는 단순히 강 관리나 사고 위험 경고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가는가 등 순수하게 개인의 내밀한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데까지 보험사는 개입을 멈추지 않는다. 만약 가입자가 보험사의 권고를 무시하면 보험료가 높아진다. 반대로 순응하면 보험료가 낮아진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생활 공간 전부를 실시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가 보험사의 고객관리 프로그램으로 순화된 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개인을 전체주의적 목표를 향해 구속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사고 위험을 낮추는 게 목적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즐겁게 그런 안전망 속에서 지내기를 바랄 수도 있다. 아마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면 여러 가지 제약과 단서가 따라붙는 타협안이 등장하겠지만 개인의 실시간 행동 데이터가 수집 가능해지는 순간부터는 여러 가지 괴상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이 장의 핵심 주장이다.


이 책의 내용을 놓고 과연 그렇게 될까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내일 일도 모르는데 20년 후의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지은이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예측을 감행한 거 아닌가? 상상의 나래를 펴는 가운데 앞으로의 변화를 이해할 단초라도 건질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약간 불만을 말하자면 리카이푸가 쓴 해설 부분이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물론 이건 내가 상식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리카이푸의 해설을 그대로 이해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상식이 좀 있어야 되겠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특히 기술적인 전문 용어를 별다른 설명 없이 난사하는 부분이 꽤 있어서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지은이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인상 깊게 느낀 구절은 사실 지은이가 쓴 글이 아니라 인용한 문장이다. 미국의 로이 아마라라는 과학자가 주창한 ‘아마라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기술의 단기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장기 효과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우리가 지금 과대평가하고 있는 단기 효과는 무엇이고, 과소평가하고 있는 장기 효과는 무엇인가? 


출처: The Sage Investor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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