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요양시설 선택법, 노인이 되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2023-02-24
우리나라 고령자들은 대체로 중장년 시기에 구입한 집에서 죽을 때까지 계속 거주한다. 10~20년 넘게 살던 익숙한 생활환경이 편하기도 하지만, 실버타운이나 전원주택을 매입해 이사 갈 경우 노후생활비가 많이 깨지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80대 후반, 90대 초반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면, 누구나 신체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은퇴할 때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는 힘들어진다.
이처럼 몸이 아주 불편한 고령자들을 위한 시설이 바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이다. 배우자와 사별한 뒤 혼자 지내다가 거동이 불편해진 경우, 중증 치매처럼 가족이 돌봐주기에는 상태가 너무 심각한 경우엔 요양시설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고령자 부부가 모두 생존해있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하기 힘든 노쇠(老衰·frailty) 질환에 걸린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4시간 돌봄(care)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장소로서 ①가정 ②요양병원 ③요양원 등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고령자들은 대체로 중증 치매에 걸릴 때 요양시설보다는 집에서 치료받는 것을 선호한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가족들이 그리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집에 계속 머물다가 급성질환이 발생했을 때 긴급의료 서비스받기가 어렵고, 치매 환자를 24시간 돌봐야 하는 가족들의 큰 희생이 따라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고령자들은 어느 시점까지 ‘가정 돌봄(home care)’을 받더라도 결국엔 요양시설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요양시설에 입소하면 의료진의 적절한 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상황이 비슷한 노인들과 어울리게 됨으로써 어느 정도 정신적 안정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요양시설 생활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의미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요양(療養)이라는 글자가 똑같이 맨 앞에 붙어있지만, 그 기능과 역할은 상당히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사가 상주하는 ‘의료시설’로 복합적인 약물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고령 환자들에게 적합하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을 때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반면 요양원은 만성질환자(중풍이나 거동불편 고령자)나 치매 환자처럼 특별한 약물 및 재활치료는 필요 없고 24시간 돌봄(care)이 필요한 경우에 이용한다. 이곳에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요양시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면서 최근 도시지역마다 시설들 숫자가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급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좋은 요양시설을 선택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고령의 부모님이나 내가 입소하여 생활하게 될 요양시설을 고를 때는 의사나 간호사 등 필요 의료 인력이 충분한지, 식당이나 독립공간 등 편의시설은 잘 갖추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족들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지 교통시설 접근성도 체크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요양시설 임직원들이 고령자에게 정성 어린 대우를 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돈 벌 궁리에만 몰두하여 입소자들의 인권(人權)을 무시하는 시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매 노인을 하루종일 침대에 묶어두거나, 남성 요양사가 할머니의 목욕을 담당한다든지, 식사를 너무 빨리 먹여준다든지 하는 부당한 대우가 빈번하게 고발되고 있다.
양질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을 때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장기요양보험 사이트 등에 접속하면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느 요양시설의 상태가 좋고, 직원 서비스가 우수한지를 개략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반드시 가족들이 방문해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점검해봐야 한다. 홀로사는 독신자(獨身者)의 경우에는 건강할 때 자신이 입소할 요양원을 직접 골라두고 예약을 걸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가가 치매 고령자들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요양시설을 이용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대체로 요양병원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금은 월 100만~300만 원에 이른다.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에서 요양등급을 받은 경우엔 간병비의 80%를 보조받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양원 이용엔 기본 비용이 들어가는데, 시설 수준에 따라 월 50만~100만 원의 본인 부담금이 들어간다.
사람들이 요양원에 입소할 때 비용 절감을 위해 대체로 4~6인실을 이용하게 된다. 너무 많은 노인이 한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1~2인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비용이 6인실보다 2배 이상 들어간다. 또 요양원에 입소할 때 예치금을 걸어야 하므로 경제적인 부담은 좀 더 늘어날 수 있다.
자녀의 부모 부양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고령자들은 평소 ‘나에게 적합한 간병대책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하여 요양시설에는 가급적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집안 시설이 고령자들이 살기 편하도록 잘 고쳐야 한다. 낙상 방지를 위해 욕실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갖추고, 집안 문턱도 낮춰 휠체어 이동이 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또 몸이 불편해져 남의 도움이 필요해진 단계에 이르더라도, 가능하면 부분적으로 조금만 간병인의 도움을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때 배우자가 도움을 줄 수 있거나 자녀들이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고령자들은 ‘현재 사는 집’에서 훨씬 쉽게 생활할 수 있다. 물론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요양보호사를 집으로 오도록 하여, 빨래 세탁과 식사준비, 몸 씻기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후생활의 마지막 시기가 되면, 중증 치매나 암과 같은 중대한 질병이 찾아와 도저히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 시점이 우리 고령자가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시기이다. 이 경우, 미리 조사해둔 좋은 요양시설에 입소하면 인생 말년의 걱정을 상당히 덜 수 있게 될 것이다. 은퇴 생활에 접어들게 되면, 우리 모두 ‘슬기로운 요양시설 이용’에 대한 생각을 한 번씩 해둘필요가 있다.
송양민 가천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후, 83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유럽학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가천대학교로 옮겨 보건대학원장, 특수치료대학원장을 역임한 뒤 2024년 2월 퇴직했다. 관심 연구분야는 인구고령화, 보건정책, 경제교육 등이며, 보건ㆍ복지ㆍ노동ㆍ연금분야 연합학술단체인 사회보장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기사는 돈이다』,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 『밥 돈 자유』, 『100세시대 은퇴대사전』, 『ESG 경영과 자본주의 혁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