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재취업, 틈새 시장을 노려라
글 : 김경록 /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2023-02-10
취업자들 중 60세 이상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으로 취업자 2780만명 중 60세 이상 비율이 20.4%에 이르렀다. 일하고 있는 사람 5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라는 뜻이다. 불과 10여년 전인 2010년에 10.6%였던 비율이 두 배로 껑충 뛴 셈이다. 인구 고령화로 60세 이상 비중이 증가하긴 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많이 증가했다. 그렇다고 국가예산으로 만들어낸 노인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60대의 불타는 취업 의욕을 느낄 수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일자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돈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사회의 일원으로 있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퇴직 후 재취업은 신입사원 입사할 때처럼 정해진 코스가 없어 제각각 길을 모색한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은 편인데 여기에도 나름 60대 이상의 틈새 시장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 친구의 이야기다.
A는 퇴직 후 방송대 편입해서 학사 학위를 더 따고, 보험 설계사 일을 하다가, 지금은 요리를 배우고 있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에 도전하고 있는데 수강생 연령층은 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일식은 창업하더라도 식재료 관리가 어렵고 양식은 젊은 사람들 경쟁이 많다고 한다. 베이커리는 특히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다. 취업해도 월급은 적지만 나중에 자기 가게를 하나 갖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순댓국이나 설렁탕 등은 청년들이 기피하다 보니 주방 종사자들이 계속 고령화되고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젊은이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틈새 시장이다. 혹은, 순댓국이나 해장국 등을 하는 식당을 둘이 창업해도 괜찮다. 3일씩 두 명이 번갈아 나가면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몸을 상할 정도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B는 어렵다는 감정평가사에 합격했다. 몸과 정신만 건강하면 오래 할 수 있는 전문직이다. 서울에 근무하면서 열흘씩 출장도 다녔다. 청년들은 지방에 오래 출장 가는 걸 꺼린다. 연애도 해야 하고 결혼하여 가정도 있기에 집을 비우는 게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B는 이런 부분의 애로는 없다. B는 어느 날 경남 지부를 만들어 지부장을 맡게 됐다고 고향인 창원으로 내려갔다. 청년과 중년들은 지방 근무를 꺼리는데 B는 부모님도 모실 겸 일하러 내려간 것이다. 청년들이 선호한 보직이라면 아마 B가 들어갈 틈이 없었을 터인데 일종의 고령 취업자의 틈새 시장인 셈이다.
C는 임금 피크 기간에 전통 공예를 배웠다. 전통 공예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닌데 우연한 기회에 입문하게 되었다. 단순하게 배우는 게 아니라 무형문화재 밑에 전수생으로 들어갔다.‘그 나이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 청년들이 전통 공예에 관심이 없다 보니 전수자를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 전수자가 되거나 좀 욕심을 부려 무형문화재가 되면 혜택도 많고 자신의 작품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벌써 배운지 5년이 넘어간다. 다른 사람들이 이 시장에 들어온다 해도 C는 이미 5년을 앞서 있는 셈이어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베이커리처럼 청년들에게 핫한 직종이었다면 언감생심 자신에게 돌아올 수 없는 자리였다.
이전에 농담 삼아 퇴직한 사람들 철책 경계 근무를 하면 좋을 거라는 말들을 했다. 나이 드니 밤에 잠도 없어지고 집에 붙어 있을 필요도 없고 이제 나 없어도 가족은 걱정 없으니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극단적인 농담이긴 하지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서울대 김태유 교수가 저서 <은퇴가 없는 나라>에서 주장하고 있다. 소위 ‘연령별 분업’이다.
“독창성 있는 신기술이나 신상품, 신서비스를 창조하고 만드는 업종인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에서도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개발, 건축, 영화, 음악, 패션 등은 청년층과 중년층이 비교 우위가 있다. 반면 판매, 인사관리, 회계, 재무, 구매 등과 같이 업무의 오랜 노하우나 대인 소통 능력이 필요한 분야와 숙박, 부동산, 요식, 운수처럼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 향상이 쉽지 않은 분야는 장년층과 노년층이 비교 우위를 갖는다. 장수사회의 해법은 연령별로 비교 우위가 있는 직종으로 분업화하자는 것이다. 비교 우위의 한 유형이 바로 틈새 시장이다.
세 친구 이외에 손해사정인과 감정평가사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열정적으로 일자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김태유 교수는 25세에 취업하여 55세에 퇴직하는 ‘25-55’의 일모작이 아닌 ‘25-50-75’의 일자리 주기를 갖는 이모작을 권유한다. 이는 장수사회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다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공공 일자리가 아닌 전문가로서의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50+에게 비교 우위가 있는 틈새 시장을 찾는 것이 방법이다. 베이커리와 순댓국 중 무엇을 택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출처: 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장기신용은행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을 역임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와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투자와연금센터(구 은퇴연구소)의 대표를 맡았다. 인구구조와 자산운용 전문가로 주요 저서로는 『데모테크가 온다』, 『벌거벗을 용기』, 『1인 1기』,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가 있으며 역서로는 『포트폴리오 성공운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