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요양원 업그레이드에 시동 걸다
글 : 이경원 /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2023-02-10
2025년까지 7300만 명의 미국 베이비부머가 60세 대열에 들어선다. 의료 혁신 결과 베이비부머는 골다공증, 에이즈 등 각종 질병에도 길고 평안한 노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정부는 이들 은퇴자들이 보다 나은 삶을 유지하며 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2023년에 편성된 예산에서 노인을 위한 자금 지원을 대폭 확충했다.
바이든 정부가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노인정책과 서비스 프로그램은 모두 12가지인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6가지만 꼽자면 아래와 같다. 예산을 어디에 얼마만큼 투입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해당 정부의 우선순위를 판단해 볼 수 있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와 권리 부여한다
바이든 정부의 고령자 지원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인들의 연령이나 장애, 인종이나 민족, 성 정체성이나 성적 취향, 소득 등의 요인에 관계없이 모두 공평한 기회를 갖고 평등하게 권리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예산지원정책을 통해 노인들에게 의료, 교육, 교통, 레크리에이션 및 기타 시스템 등 자원의 공급과 이를 소비할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령화 담당 비서실장 대행이면서 지역사회생활을 위한 행정부(ACL) 행정관인 앨리슨 바크오프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목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포함되고 모두가 가치 있고 모든 사람이 기여할 수 있을 때 우리 커뮤니티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노인 대상 의료지원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ACL에 대한 예산지원은 노인 권리 보호와 서비스 혁신 같은 핵심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 잡은 ‘뉴 노멀(New Normal)’ 문화에 맞춘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디케어 서비스를 통해 노인들이 정신건강 관리를 보다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증액한 것을 들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많은 노인이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 백인보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색인종 사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과 사망률이 높았다는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 형평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강화됐다. 인종과 계층 간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미국의 대표적인 건강보험 제도라고 할 수 있는 메디케어 적용 대상을 확대해 다양한 인종의 노인이 낮은 가격으로 처방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약값을 낮추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의료 혁신과 질병 예방을 통해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우려와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약값을 낮춰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의료 지출이 많은 노년층에게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인력 확충과 평가 강화로 요양원 품질 개선 나선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국 요양원의 안전 및 치료 품질 개선을 통해 고령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미국 고령자 대다수가 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낸다. 14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미국 내 1만5500개 이상의 정부 지원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요양원이 의료 서비스의 질 및 시설 수준이 크게 지적을 받고 있고, 경우에 따라 노인들이 적절한 돌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는 과정에서 요양원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도 많다. 2020년부터 2021까지 2년 동안 요양원 거주자와 직원 20만 명 이상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코로나 사망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매년 수백억 달러의 세금이 요양원 지원에 쓰이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준 이하의 치료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 사기업들이 운영하는 요양원 수가 늘기 시작했고, 현재 전체 요양원의 약 5%는 사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기업의 진입도 노인 돌봄의 질 저하라는 문제의 개선책이 되지는 못했다. 요양원의 서비스 질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일부 노인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요양원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견뎌야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모든 요양원이 양질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격을 갖춘 직원 수를 늘리도록 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요양원 내 간호사의 근무시간을 20분만 늘려도 코로나 확진 사례가 22% 감소하고,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2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인력을 배치해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노인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하고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요양원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점검 과정에서 부적절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적발되면 시정조치를 하고,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삭감한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건강을 평가해 요양원 서비스 개선을 유도했지만, 제대로 된 품질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요양원의 지속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고, 결함이 발견되면 즉각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은 일회성으로 벌금만 부과해 왔는데, 앞으로는 기준 위반에 대한 페널티를 해당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평가기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보다 신속하고 정밀하게 조사하고, 나아가 요양원 평가 항목도 보다 엄격하게 할 계획이다.
요양원 정보 공개해 대중의 선택권 높인다
또한 일반 대중이 요양원 상태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한다. 그동안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요양원에 대한 정보는 공개됐지만, 기업이 운영하는 요양원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공개되는 정보에는 요양원 직원 이직률, 주말에 근무하는 직원 수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사항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정보는 온라인으로 제공되며 요양원들 사이의 비교도 가능하다.
사람들이 노후를 보내는 모습은 다양하다. 개인 사정 및 선호도에 따라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도 있고, 요양원에서 보낼 수도 있다.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경우에는 다양한 노인 서비스 프로그램이 노인들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노인센터, 가족 간병인 프로그램, 노인 봉사활동 프로그램 등 이번 노인복지 관련 예산 증가는 이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내는 경우에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기에 어떠한 모습의 노후든 사람들 사이의 형평성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이번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노인들의 존엄성 향상 및 노후 삶의 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투자와연금 9호
이경원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
오하이오 주립대학 에서 사회복지 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현재는 알링튼에 위치한 택사스 주립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치매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 평가 및 개발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 노인들의 보다 독립적이고 안전한 삶을 위한 정책 개발 및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노년학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 사회공헌실과 미래에셋증권 상품개발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