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일본, 고급 노인홈 시장 경쟁 후끈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초고령 사회 일본, 고급 노인홈 시장 경쟁 후끈

글 : 최인한 / 시사일본연구소장, 일본 전문 저널리스트 2022-11-04

지난달 하순 2주간을 일본에서 보냈다. 관광 비자와 코로나19 입국 규제가 없어져 가벼운 마음으로 전국을 다녔다. 오랜만의 일본 장기 체류여서 여러 가지로 느끼는 점이 있었다. 초고령 사회 일본이 마주친 현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고령화율(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 29%의 일본 사회가 처한 현상을 곳곳에서 실감했다. 오사카, 나고야, 고베 등 대도시 중심가는 그런 대로 젊은이가 많았다. 대도시도 주택가나 변두리로 나가면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산촌 마을이나 지방 소도시에선 젊은이나 어린이를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다.




3명 중 1명이 고령자, 일본에서 급증하는 노인홈 


일본 서부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인 고베시 외곽 롯코산 기슭에 있는 지인의 집에서 일주일간 머물렀다. 새벽 6시쯤 뒷산으로 아침 산책을 올라가는 사람들 소리에 눈을 뜨곤 했다. 밖을 내다 보니 70, 80대로 보이는 동네 노인분들이다. 필자도 한, 두 차례 산 정상까지 가봤다. 왕복 4시간 정도 코스였는데, 등산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령층 등산객이다. 동네 주택가를 하루종일 다녀도 젊은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유치원이나 소학교(초등학교) 인근에나 가야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도시와 지방 소도시를 유심히 살펴 보니, 노인홈이 눈에 많이 들어 왔다. 13년째 이어진 인구 감소에도 고령자 급증으로 노인홈 수요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노인홈’은 고령자들이 자녀 등 가족과 떨어져 거주하는 시설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요양원과 요양병원, 실버타운 전체를 아우르는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노인홈은 공적 시설과 민간 시설•주택의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민간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고급형 노인홈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인 미쓰이부동산그룹의 ‘미쓰이부동산 레지덴셜 웰니스’가 최신 시설을 수도권 지바현에 오픈,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쓰이부동산 레지덴셜웰니스, 고급 노인홈 시장 공세


2017년 9월 미쓰이부동산그룹은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미쓰이부동산레지덴셜웰니스를 설립했다. 고령자 대상 유료 노인홈 ‘파크 웰스테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고령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품격 있게 여생을 살 수 있는 주거 시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용료는 꽤 비싸다.


지바현 가모가와시에 있는 ‘파크웰스테이트 가모가와’는 해발 46m 암반 위에 위치해 있다. 미쓰이부동산 레지덴셜웰니스가 2021년 말 오픈한 가이고(노인 돌봄) 서비스가 지원되는 노인홈이다. 지상 22층으로 고층 아파트 느낌이 난다. 입주자들이 이용하는 식당과 목욕탕에선 가모가와시 해안이 바로 눈 앞에 들어온다. 고층에서는 가메다메디컬센터와 가모가와시월드도 보인다.


수용 가능 세대 수는 473세대. 입주 조건은 60세 이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일반 거주실(407세대)의 절반 이상이 분양됐다. 요금은 입주 시점의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40제곱미터인 경우 입주금은 80세 기준 2,500만 엔이다. 1개월마다 결제 시 월 19만 엔을 내야 한다.




‘파크웰스테이트 가모가와’의 강점은 강력한 의료 지원 서비스다. 인근의 가메다 메디컬센터와 연계 체계를 구축했다. 가메다 메디컬센터의 소유 부지를 미쓰이부동산이 매수해 개발한 덕분이다. 파크웰스테이트 건물 1층에 가메다 클리닉이 입주해 있다. 거주자들은 일상적인 진료나 방문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쓰이부동산이 가모가와에 최고급 노인홈을 열자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경쟁사 ‘라비돌 온주쿠’에 비상이 걸렸다. 1990년에 개설된 이 시설은 지바현에서 최고급으로 꼽히는 노인홈이다. 운영 주체인 치요다건강개발사업단 관계자는 “파크웰스테이트가 호텔처럼 멋있어 보이지만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예상보다 우리에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라비돌 온주쿠도 가메다 메디컬센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설에서 직접 운영 중인 클리닉은 입주자의 의료 정보를 가메다 측과 공유한다. 가메다는 미쓰이부동산과 협업을 하기 전에 라비돌 측에 먼저 개발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2호관’을 만들면 인재가 유출돼 품질이 떨어진다는 게 라비돌 측 입장이다.




온주쿠(御宿)에서 가장 높은 해발 60m에 위치한 라비돌의 강점은 바로 환경이다. 이 곳의 최고층에선 주변에 펼쳐진 별장과 삼림, 온주쿠 해안이 내려다 보인다. 회사 측은 “인생의 마지막 기간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자랑한다. 시설에서 운영하는 클리닉은 임종을 앞둔 고통 완화 케어를 진행하며, 사망했을 경우 시설 내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대부분 입주자들은 이 곳의 장례식장을 이용한다.


노인홈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온주쿠 공원묘지 내에 ‘라비돌 온주쿠 공원묘지’를 보유하고 있다. 공동 묘지가 아닌 개인별 묘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시설 거주자 가운데 희망자들은 이 곳에 자신의 묘지를 쓸 수 있다. 비용은 1인당 150만 엔, 2인의 경우 250만 엔이다. 입주자는 매달 첫 번째 화요일에 공용 차로 성묘를 다녀올 수 있다. 하나의 시설만 집중적으로 키우는 라비돌과 공세에 나선 파크웰스테이트의 경쟁을 관련 업계에선 주목하고 있다.


인구가 계속 줄고, 고령자는 늘어나는 일본. 장기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빈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고가 노인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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