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투자 손실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글 : 김형준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2022-10-18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지만 투자 실패만큼 혹독한 아픔을 선사하는 일도 드문 것 같습니다. 투자 실패가 유독 아픈 이유는 단순히 돈만 잃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연자님도 이번 투자에 돈과 함께 시간을 투자하고, 희망을 투자하셨을텐데요. 그런 이유로 돈을 잃으면, 그 돈을 벌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시간의 의미를 상실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원치 않는 쓰라린 경험은 분노와 수치심, 슬픔을 유발하며, 이런 강렬한 감정의 급류에 휩쓸리다 보면 삶은 어느 새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니 투자 실패 이후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로 일상을 살아가기 어렵다면, 상처난 마음을 마음을 살피고 천천히 회복의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손실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손실은 하나의 사건이나 순간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손실은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내 잘못이 아니라며 원망의 대상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아 수치심을 느끼고, 자신의 상처와 연약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별일 아닌 일에 날을 세우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손실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과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는 순간, 끝도 없는 무력감과 우울감이 밀려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매우 일반적이고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적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손실의 후유증으로 인해 감정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애꿎은 가족이나 직장동료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참지 못하고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돈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통제되지 않는 감정인 것이죠.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성보다 인간의 행동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정입니다. 감정은 이성보다 원초적이며, 훨씬 강력합니다. 감정 때문에 살기도 하고, 때론 감정 때문에 죽기도 하죠. 따라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은 인간의 적응과 생존에 필수적이며, 투자실패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데도 매우 중요합니다.

 

손실의 감정 버티지 않고 견뎌내기

 

우리는 대부분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찾아오면 그것을 견디기보다 해결하려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의 원인을 찾아서 바로잡으면 그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과거의 실수와 문제에 집착합니다. ‘그때 그 종목을 사지 않았더라면’, ‘그때 팔지 말고 좀 더 버텼어야 했는데’, ‘아니 애초에 투자를 하지 않았으며 돈을 잃을 일도 없었을텐데’ … 이렇게 과거로 수도 없이 되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바뀌었을 현실을 상상해 봅니다. 하지만 감정이 원인을 찾더라도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 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좌절감 뿐이죠.




어떤 경우에는 술이나 폭식, 성행위와 같은 즉각적인 쾌락을 주는 행위에 몰두하며,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려 듭니다. 하지만 이런 회피행동은 조금의 감정적 괴로움도 견디지 못하고 술이나 오락과 같은 행위로 반복적으로 도망치도록 만들어, 삶을 정상 괘도에서 이탈시킵니다.


그러니 손실로 인해 찾아오는 불안, 수치심, 자책감, 슬픔과 같은 감정들을 당연한듯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상처는 원래 아픈 법이니까요.

 

감정의 시세창을 닫아라.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맘껏 화를 내면, 분한 마음이 사그러들까요? 우울할 때 나는 무능력한 인간이라고 한껏 자신을 자책하면 우울한 마음이 줄어들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괴로운 마음의 시세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기는커녕 괴로움만 더욱 커집니다. 그럴 때는 감정의 시세창을 닫고 신경을 꺼야 합니다.


가장 간단하면서 강력한 방법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견딜 수 없이 심란하고 괴로울 때는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십시오. 거리로 나와 어디를 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보고,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변해가는 나무를 쳐다보세요. 무얼 쪼는지 연신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비둘기들과 돌담 사이에 뿌리내린 식물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면 심란하던 마음이 어느 새 차분해져 있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산책이나 운동처럼 움직임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감정의 시세창을 닫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또는 나를 이해해주는 이와의 잡담이나 요리, 책을 읽어도 좋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의 시세창을 열고 있는 시간을 줄이고,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해 보세요.

 

감정 덮어쓰기

 

투자 실패는 일종의 트라우마입니다.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기기 때문이죠. 특히 손실의 과정에서 경험했던 부정적 정서는 우리 뇌의 편도체에 각인되는데요. 편도체는 뇌의 측두엽에 위치하며, 인간의 동기와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강렬한 정서적 경험을 하는 경우, 오랜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도 바로 이 편도체 덕분입니다. 특히 생존을 위해서 삶을 위협하는 경험이나 자극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사한 자극에도 쉽게 놀라고 위협적으로 지각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가끔 감정이 우리를 속이기도 합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게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별 것 아닌 것도 위협적이도록 오지각하도록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새로운 사건에 새로운 감정을 덮어써야 하는데요. 덮어쓰는 방법은 이외로 간단합니다. 손실에 대한 불안이 찾아오면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손실은 과거에 끝났다. 이제 나는 안전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부정적인 감정 한 번에, 감정 덮어쓰기 세 번이라는 비율을 지키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위협적인 것에 주의와 기억의 가중치를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부정적인 감정 하나를 덮어쓰기 위해서는 최소한 긍정적인 감정으로 세 번은 덮어써야 합니다.

 

지금까지 투자 실패로 인해 찾아오는 괴로운 감정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아픈건 아픈거니까요. 아무리 진통제를 맞아도 약발이 떨어지면 또 다시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의 상처를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아직 삶은 끝나지 않았고, 지난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수 많은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를 믿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소중히 돌보고, 다시 일어서 봅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니까요.


뉴스레터 구독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주 1회 노후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이름
  • 이메일
  •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보기
  • 광고성 정보 수신

    약관보기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정보변경이 가능합니다.

  • 신규 이메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메일 조회로 구독취소가 가능합니다.

  •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