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무엇인가요?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당신의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 무엇인가요?

글 : 이근후 /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2020-09-01

요즘 사람들은 정치가를 비롯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막말을 참 많이 한다. 말이란 사람들 사이에 서로 소통을 하는, 뜻을 가진 소리인데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표현이 있다. 막말 속에 오래 살다 보니 고운말 듣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고 해도 내 마음에 담겨야 좋은 말이 된다. 




지난 4.19 학생혁명 60주년 기념식 중계방송을 티비에서 보면서 갑자기 말에 대한 몇 가지 연상이 떠올라 적어본다. 1950년 북한이 남침을 하여 서울이 함락당하고 삽시간에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갔었다. 그때 임시수도로 대구로 이승만 대통령이 내려와서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이 대통령은 시국강연회를 많이 했는데 아마 침체된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강연이었을 것이다. 대구의 6.25사변이 일어나던 해에 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 이승만 대통령의 시국강연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3번이나 들었다. 청년들은 전부 전쟁터에 나가서 없고 청중이라야 노인들과 대한부인회 등의 여성단체 회원들 그리고 중학생들이었다. 중학교 때 이 강연에 동원이 되어 3번 이승만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그 가운데 이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 이승만 박사의 특유한 발음으로 이런 말씀을 내가 들었던 시국강연회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가 4.19학생혁명 60주년이 되는 해인데 왜 갑자기 이승만 대통령의 이 말씀이 생각이 났을까 4.19학생 혁명이 이승만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떠오른 말일 것이다. 이런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월19일에 "국민이 원하면 하야합네다"라는 말씀을 남기고 이화장으로 하야하셨다. 


그런데 보통 우리들은 4.19학생혁명의 결과만 놓고 기억을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이런 기억들도 사라질 것이다. 어떤 것이라도 결과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게 된 것도 그 원인은 3.15부정선거 때문이다. 당시 전국에서 최초로 학생들의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데모가 있었던 것은 1960년 2월 28일 대구 경북고등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대전 마산 등지를 거치면서 4.19학생혁명이 완성이 된 것이다. 


당시에 나는 의과대학 졸업반이었었다. 2.28 데모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날 야당 입후보자의 군중집회가 대구에서 열리는 날이라 갑자기 정부에서 대구 시내의 모든 학교 학생들을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등교를 하게 만들었다. 이는 야당 입후보자의 강연집회에 가지 못하도록 하는 부정선거의 한 방법이다. 나는 학교에 불려 나가 시험을 쳤다. 예고도 전혀 없던 시험인데 야당 입후보자 집회에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부정적인 꼼수였었다. 


이런 분위기였었는데 경북고등학교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학교에 등교를 한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야당 입후보자 선거 강연회에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등교시켰다는 것을 알고 웅성거리고 있을 때 경북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단상에 올라가 학생들에게 훈시를 했다. 김영기 교장 선생님이다 "이런 부정한 불의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학생이 아니다."라는 뜻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에 고무된 학생들이 교문을 박차고 나가 전국에서 최초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모를 했다. 이것이 불씨가 되어 완성된 4.19학생혁명이 벌써 60년이나 되었다니 참 세월이 빠르구나! 


내가 기억을 하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 합네다.", "이런 부정한 불의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학생이 아니다." 이 세문장은 4.19혁명을 경험한 '이 말 한마디'에 속한다. 국가적으로 큰 변혁을 일으키게 한 말들이기 때문에 아직도 그 말이 생생하다. 이 말들은 국가변혁에 영향을 준 말들이지만 생각하면 나 개인에게도 개인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한 '이 말 한마디'가 있다. 글을 쓰면서 연상되는 몇 가지를 적어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미술 시간이었다 베토벤의 각 면 데스마스크 석고상을 데생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는 우리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다가 갑자기 내가 그린 그림을 들고 나가서 칠판에 붙여놓고 설명했다 "그림이란 이렇게 그려야 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위치를 다른 친구들이 먼저 잡아서 정면자리가 없어서 측면에 서서 그렸는데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구도를 잡을 때 정면으로만 잡지 말고 이렇게 측면으로도 잡는 창의성이 있어야 된다고 설명을 하셨다. 나는 이 말씀 한마디에 정말로 내가 그림을 잘 그리고 내가 창의성이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 마음에 새겼다.


이 한마디 선생님의 말씀으로 나는 대학교 진학을 미술대학교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곰곰이 다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연습을 해서 그림을 조금 그리기는 하지만 창의성이나 그런 면들은 나에게는 썩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다.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싶을 정도로 선생님의 이 한마디는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내가 급장이 되었는데 내 친구 하나가 내가 급장이 된 줄도 모르고 누가 급장이 되었는지가 궁금했었나 보다. 친구가 내가 급장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 친구 말이 "저거 아부지 죽은놈?"이라고 반문을 했다. 나는 이 소리를 듣고 엄청 분노했다. 같은 말이라도 좋은 말이 있을텐데......


지금도 연상을 하면 떠오르는 이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못이 박혔었나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제적으로 가세가 갑자기 기울어져서 공부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공부를 계속하려고 검정고시를 쳐서 합격을 했다 그래서 1년을 단축하여 대학교에 입학하려고 생각을 하고 담임선생님과 의논을 했다. 담임선생님은 내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나는 검정고시를 쳐서 학비를 안 내도 되는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런 학교는 사관학교밖에 없어서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내 성격과 육군사관학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참 생각을 많이 했구나."라고 먼저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시고는 나에게 해준 말씀 한마디는 "인생을 살다 보면 1년, 2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중요한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단다." 이 말씀은 내가 경제적인 이유로 검정시험을 쳐서 1년을 줄여보려고 하는 내 마음을 읽고 그것도 좋지만, 성격에도 맞지 않는 육군사관학교를 가는 것이 과연 옳을까….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말씀이었다. 




이런 연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많이 일어났다. 연상이 된다고 하는 것은 말 한마디가 개인으로 보아서는 그 인생의 승패를 가름할 수도 있는 아주 강렬한 말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기억을 하고 있는 내 개인적인 이  말씀 한마디도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음을 지금 새삼스럽게 되돌아보았다. 미술 선생님의 칭찬은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 내가 미술가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도록 만든 긍정적인 한 말씀이었고 "저거 아부지 죽은놈?"이란 친구의 한마디는 앙금으로 남아있어서 애비없는 자식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엄청 노력을 하게 만든 한마디였다. 


당시에는 아버지가 안 계신 편모슬하의 자녀들은 사회적으로 망나니같이 펌하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앙금을 긍정적인 내 행동의 동기로 삼았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 한마디는 지금도 너무 감사하게 남아있는 말씀이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내 형편을 생각하여 검정시험도 치고 육군사관학교에 가려고 생각을 했던 것은 내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었는데 담임선생님의 말씀 한마디로 내 발등에 떨어진 불도 멀리 보고 생각을 하라는 각성을 하도록 만들어 주신 귀한 말씀으로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예민하게 선택적으로 자기 마음에 남아있는 '이말 한마디'가 있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지만 '이 말 한마디'가 평생 동안 살아가는 동안 인생의 방향타가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요즘 막말이 너무 난무하는 터라 연상해본 '이 말 한마디'인데 나이 들어가면서 생각해보면 젊은 청년들에게 인생의 긍정적인 방향타가 될 '이 말 한마디'쯤은 해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흔히 노인은 있어도 어른은 없다고들 한다 생각하며 이 말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감동시킬 '이 말 한마디'를 해주는 분들이 없다고 청년들은 생각하나 보다 나이 들수록 젊은이들에게 마음에 담길 수 있는 고운 '이 말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노인이 된다면 그 노인은 바로 청년들이 원하는 어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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