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 작가 겸 죽음 현장 수습회사 대표,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김완 작가 겸 죽음 현장 수습회사 대표,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글 : 이필재 / 인물 스토리텔러 2020-07-06

"죽음을 자주 접하다 보니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나 자신을 심판하려 하지 않고, 미래에 무엇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보다 현재에 충실하게 됐죠."

최근 <죽은 자의 집 청소>를 낸 김완 하드웍스 대표는 "나를 심판하고 싶지 않듯 타인에 대해서도 판단을 하려 들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쓴 책엔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가 하는 일은 특수청소 서비스다. 고독사 및 자살 현장, 범죄 현장, 쓰레기장이 돼 버린 집 등을 청소한다. 고양이 등 동물 사체를 치우기도 한다. 서비스의 의뢰인은 유가족, 경찰, 건물주, 부동산중개인 등이다. 이들 현장을 원상 복구하는 일을 김 대표는 언두잉(undoing)이라고 표현했다. 정신분석학에서 언두잉은 어떤 대상에게 피해를 줬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낄 때 상대방에게 준 피해를 복구하고 원상 복귀하려는 것을 가리킨다. 당사자를 대신해 통제 불능의 쓰레기장이 돼버린 집을 치워 빈집이 될 때 그는 성취감을 느낀다. 의뢰인과 더불어 '콘트롤 제트(Ctrl+Z)'의 해방감을 맛본다. 무엇보다 확실한 보상은 의뢰인에게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듣는 것이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 인사가 고독사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들은 일이 있습니다.


“누구도 고독사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고독사를 면하려면 독거를 피해야 합니다. 1인 가구에서 독거하다 필요할 때 병 수발을 못 받으면 고독사하는 거죠. 독거를 해야 한다면 커뮤니티 하우스 같은 곳에서 공동생활을 하든가 시니어 커뮤니티에 속해 활동이라도 해야 합니다. 지자체들도 시니어들의 동호회·친목회 활동을 지원해야 돼요. 그래서 독거사했을 때 최대한 빨리 발견되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방치된 죽음 막아야

사회적으로 '방치된 죽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치된 날수를 기준으로 고독사를 정의하기도 한다. 방치 후 3일, 방치 후 일주일 등.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도 결국 방치된 죽음이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죄송하다"는 유서는 이들이 바란 것이 존엄한 죽음이었음을 알린 유품이었다. 그가 하는 특수청소 대행은 의뢰인이 따로 있지만 죽은 자를 위한 서비스, 어쩌면 사자의 영혼을 위한 서비스인지도 모른다.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 전 사회적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아파트 청소 노동자는 복도 청소 도중 모든 집 앞을 지나칩니다. 이때 신문·우유가 쌓여 있는 모습, 개 짓는 소리 등으로 고독사의 조짐을 알아챌 수 있죠. 독거 노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분들을 고독사의 게이트키퍼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전기 사용량도 지표가 될 수 있어요. 전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면 삶이 중단된 거죠.”


전기가 끊긴 날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그는 전기·수도를 끊지 않으면 당사자의 절망감이 덜할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쩌면 극단적 선택에의 유혹을 이길지도 모른다. 그는 고독사를 비롯해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깨끗한 죽음이란 없습니다. 젊다는 것도 살았을 때 얘기지 젊고 아름다운 주검은 없습니다. 어떤 죽음이든 죽고 나면 생물학적·화학적 변화가 일어나죠. 그래서 벽지와 천장에 죽음의 냄새가 배고 구더기가 생겨요."


그는 청소를 잘할뿐더러 좋아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청소를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책에는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다면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고 썼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좋다."(<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독서모임에서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화장실 청소를 한 일도 있다.


우울하다면 화장실 청소를

특수청소는 3D 직업이다. 더럽고 처참한 현장에서 하는 힘든 육체노동일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양문형 냉장고가 나온 후로는 현관문을 뜯어야 할 때도 있다. 다양한 의뢰인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밤낮없이 상담 전화에 시달린다.


해병대 출신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하지만 용감하고 힘 좋다고 잘 버티는 것도 아니다. 만성 축농증이 있어 악취가 나도 상관없다던 사람도 두어 번 온 후 연락을 끊는다.


"쓰레기 집 청소는 평균 12시간 걸립니다. 도시노동자 이틀 일감이죠. 건설노동자가 이렇게 힘든 일은 처음이라고 해요. 어디든 의존하지 않는 타입이 잘 맞습니다. 단적으로 알코올 의존증이 있다면 안 맞아요. 멘탈도 강해야 하죠."


그는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 체력 관리도 열심히 한다. 겨울철 일이 없을 때도 스포츠 선수가 시즌에 대비하듯 꾸준히 운동을 한다.




이른바 쓰레기 집은 얼마나 될까? 그는 아파트 한 동 당 세 가구는 될 거라고 했다. 쓰레기 집 청소 의뢰인의 85%는 젊은 여성이다. 처음엔 자기 집이 아니라고 하고 나중엔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청소 전후 보통 의뢰인과 100건 가량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특수청소는 알려지지 않은 극한 직업이다. 의뢰인은 이웃들에게 그의 존재가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소문이 두려워서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가짜 명함을 휴대한다. 환경 코디네이터라는 명함도 있다.


특수청소는 의뢰인을 대신해 오염과 싸우는 일이다. 사람의 일을 사람을 대신해 하지만 오염 현장을 처치하다 보면 자칫 당사자를 타자화하기 쉽다. 그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자세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현장이 참혹하고 감정적으로 힘들더라도 사람을 배려해 말로 표현하지 않고 일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야죠."


특수청소 서비스 시장은 포화상태다. 고물상을 하던 사람들이 유품정리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수청소업체들로 한국유품정리사협회도 만들어졌다. 8년 경력의 김 대표도 수익이 줄었다.


"건별 수익은 높지만 일감이 줄어 수익성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AI를 장착한 로봇이 하기 좋은 일이기도 해 직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 중이죠. 책을 쓴 것도 그에 따른 모색 중 하나예요."


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시를 썼다. 음악 잡지에 글을 썼고 쇼핑 블로거도 했다. 전업 작가가 되려 한 적도 있지만 생계를 위해 고스트라이터(대필작가)를 하는 한편 각종 배달 일을 했다. 파주 함바 식당에서 배달도 했고 한때 영어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일본을 현지 취재하는 출판기획안을 만들어 떠난 일본에서 동일본대지진을 겪었고 귀국해 청소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인도 카스트 제도하에서 오물을 수거하고 시체를 처리하는 사람은 달리트(Dalit)에 해당한다. 불가촉천민(Untouchable)이다. 노예에 해당하는 수드라(Sudra) 아래 계급이다. 단단한 몸의 그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이 육체노동에 도리어 매력을 느끼는 듯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일을 하다 보면 덥고 냄새 탓에 어지러워요. 방진 마스크 속에 땀이 고여 질척거리는 소리가 나 결국 역한 냄새에도 마스크를 벗어버리게 되죠. 그래도 해결 기미가 없는 화이트칼라 일과 달라 스트레스는 적고 결과가 명쾌합니다. 올해 마흔일곱인데 앞으로도 10년 이상 이 일을 할 겁니다."


-죽음의 냄새는 어떤가요?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쌓인 곳을 지날 때, 낡은 건물의 김밥집 천정이나 오래된 에어컨 공조기에서, 문득 단백질이 썩을 때 나는 특유의 냄새를 느낍니다. 고양이 사체에서 나는 것과 같은 냄새죠. 죽음의 현장이 가까워지면 주소를 보지 않아도 냄새로 알 수 있어요. 현장의 이웃들이 우리를 반기는 것도 냄새를 해결해 줄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직업상 그 냄새를 맡다 보면 무뎌지지는 않나요?


"오히려 더 예민해 집니다. 그래서 향수를 8개 정도 써요. 침대 머리맡에도 있죠."


-영화 '기생충'은 계층을 가난의 냄새 유무로 구분했습니다.


"저도 반지하에 산 적이 있습니다. ‘기생충’의 주인공집 화장실처럼 화장실이 방바닥보다 높았죠. 이런 집에서 고독사·자살이 벌어지면 주검을 치워도 반지하 집의 고유한 습한 냄새가 납니다. 죽음의 냄새와 가난의 냄새가 뒤섞여 있는 거죠."


그는 '기생충'의 지하실 냄새는 메타포지만 가난한 죽음의 현장이 풍기는 냄새는 더 없이 리얼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체 수습한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고독사 현장이나 고양이 사체 수습은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그가 직접 한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경험 같은 것이라고 했다. 오래된 고양이 사체를 두 손으로 들어올리면 뼈가 흩어질 때가 있다. 반대로 얼마 안 돼 물컹할 때도 있다. 그 감촉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환각이 남는다. 거기서 벗어나려 중학교 때 1년 배운 피아노 레슨을 2년 받았다.


"건반을 누르는 순간 사체를 만지던 손에서 순정률의 아름다운 화음이 피어나죠. 같은 손에서 다른 차원의 느낌을 맛봐 때로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자정을 넘깁니다."


-책에서, 쓰레기집에 사는 20대의 청춘은 쓰레기를 치우고 나면 희망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만일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치운다면 그땐 어떨까요?


"정서적으로 건강한 분들에게는 직접 청소해 보라고 권하고, 그래서 직접 하기도 합니다. 주기적으로 찾는 단골 쓰레기 집들이 있는데 저의 권유를 받고 스스로 쓰레기 집에서 탈출하는 경우도 있어요. 때가 돼도 연락이 없으면 탈출한 거예요."


저장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우유팩을 접어 일렬로 쌓기도 한다. 그래서 일종의 설치 미술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일정한 형태를 이루려는 예술적 집착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페트병에 오줌을 담아 모아놓기도 한다.




그는 웰다잉 등을 주제로 강의도 한다. 한 호스피스 모임 강의 때 그는 수강자들에게 "자신이 1년 전 죽었다고 가정하고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다. 자신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동안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렸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잘살았다고 다독거렸고 자신을 심판하려 드는 사람도 있었다. 죽은 자신에게 쓰는 편지에 대해 처음엔 저항도 있었지만 강의를 마칠 때 분위기는 밝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우리가 자신의 죽음을 사색하고, 사회적으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할 이유죠.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까르페 디엠(Carpe diem·현재에 충실하라)의 이음 동의어입니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는 어떤 책?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하여

수많은 언론이 집중 조명한 어느 특수청소부의 에세이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의 특별한 죽음 이야기. '특수’청소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일터엔 남다른 사연이 가득하다. 자살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자살한 사람 등. 현장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1장에는 픽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이야기가 펼쳐지고, 2장에선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부터 직업병, 귀신에 대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그가 하는 일을 생생히 전한다.


현장에 서 있는 듯한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특수청소부의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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