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전력 전쟁, 태양광과 배터리가 답이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AI 시대의 전력 전쟁, 태양광과 배터리가 답이다!

글 : 김인순 / 인사이트아웃 대표 2026-04-09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가로 미국 전력 수요가 전례 없이 급증하고 있다. 이 수요를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충당하기 위해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부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에너지저장장치.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은 AI이며, 그다음은 태양광이다. 두 산업이 전혀 다른 영역 같지만, 실제로는 AI가 태양광을 구조적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만들어내고, 태양광이 그 수요를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충족시키는 전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


AI 혁명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혁명만이 아니다. 전력 혁명도 동반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 <Energy and AI>(2025)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전력공급(발전)량은 2024년 460TWh에서 2030년 1,000TWh를 돌파하고, 2035년에는 1,300TWh를 넘어설 전망이다. 불과 10년 만에 약 3배 성장하는 셈이다.


현재 미국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의 전원별 비중을 보면 천연가스가 40% 이상이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24%, 원자력과 석탄이 각각 약 20%와 15%를 차지한다. 2030년까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가장 많이 채우는 전원은 여전히 천연가스지만, 재생에너지도 110TWh를 추가하며 두 번째로 큰 공급원이 된다. 각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과 일부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발전소를 직접 옆에 짓는 방식이 맞물린 결과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분석에 따르면, 2024~2034년 미국 전력 소비는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전 10년간 증가율이 고작 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전례 없는 수요 폭발이다. 해당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AI 데이터센터에서 비롯된다.


2025년의 수치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연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5년 1~9월 미국의 상업용 전력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는데, 이는 2024년의 3% 증가에 이은 연속 상승이다.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등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에서는 상업용 전력 수요가 10% 이상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자본 지출은 2025년에만 총 3,71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망된다. AI 모델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AI를 구동하는 전력 또한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다.



트럼프, 태양광은 비판하고 데이터센터는 지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태양광을 '사기(scam)'라고 비판하며 신규 태양광 인허가를 차단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럼에도 그는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다. 데이터센터가 일자리 창출과 미국의 AI 경쟁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스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이 모순을 ‘데이터센터가 결국 태양광의 친구가 된다는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태양광·배터리 시공업체 솔브 에너지(SOLV Energy)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정확히 포착했다. 솔브 에너지의 IPO 신청서에는 ‘데이터센터’라는 단어가 10여 차례 등장하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되어 있다.


데이터센터 증가, 제조업 리쇼어링, 냉방 수요 확대, 산업 전기화, 석탄발전 퇴출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존 발전설비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며, 가장 빠르게 구축 가능한 전원이 태양광이라는 논리다.



태양광의 단가와 경쟁력


태양광의 경쟁력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발전 단가는 kWh당 4~8센트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해도 5~13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천연가스는 13~26센트에 달한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태양광의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무려 85% 하락했다. 보조금이 사라져도 태양광은 천연가스보다 저렴하다. 전력구매계약(PPA)은 이념이 아닌 숫자로 결정된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장기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를 선호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구글은 넷제로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2025년 8월, 메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에이킨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서 인근 태양광발전단지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025년 신규 유틸리티급 설비 추가의 81%가 태양광과 배터리일 것으로 예측했다. 천연가스발전소는 장비 계약을 이미 체결하지 않은 경우, 2030년대 이후에야 준공이 가능하다. 반면, 태양광과 배터리는 데이터센터 건설 타임라인(1~2년)에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전원이다.


우드 맥킨지 분석가인 케이틀린 펑은 “데이터센터 수요가 정치적 역풍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태양광은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61%를 충당했다. 낮 시간 수요는 태양광이 거의 모두 담당했고, 저녁의 수요 증가분은 에너지저장장치가 보완했다.


텍사스 전력망(ERCOT)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2025년 1~9월 텍사스 전력망은 역대 최고 수준의 전력 수요를 기록했지만, 태양광·풍력발전이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충당했다. 태양광은 이제 환경 정책이 아니다. AI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전력 수급 정책의 핵심이다.



배터리가 없으면 태양광도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밤이든 낮이든 전기가 끊기면 안 된다. 그런데 태양광은 해가 떠 있는 낮에만 전기를 만들고, 해가 지면 발전이 멈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저장장치다. 낮에 남은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뒀다가 밤에 꺼내 쓰는 방식이다. 보조 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전력망용 대형 배터리 설비는 2023년 이후 400% 넘게 늘었다. 우드 맥킨지는 앞으로 5년 안에 미국에서만 약 317.9G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가 추가로 설치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5년 7월에는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의 잠재력을 실감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미국 에너지 기업 선런(Sunrun)이 캘리포니아에서 10만여 가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가정용 배터리를 하나로 묶어 동시에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는 테스트를 한 것이다. 이른바 ‘가상발전소(VPP)’라는 개념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535MW의 전력이 한꺼번에 공급됐는데, 이는 샌프란시스코 전체 전력 수요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발전소 한 곳이 아니라 수십만 가정의 배터리가 하나의 거대한 발전소처럼 작동한 것이다. 이로써 태양광과 배터리의 조합이 보조 수단이 아닌 전력망의 핵심 주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데이터센터 전력원별 세계 발전량 전망(2020~2035년)



정치보다 강한 변수: 전기요금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동력은 환경이 아닌 전기요금이다. 미국 동부 17개 주의 전력망을 관리하는 PJM(Pennsylvania-New Jersey-Maryland Interconnection)은 쉽게 말해 ‘전력 도매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전력 공급자들이 미래 전력 수요를 감당하겠다고 예약하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PJM 관할 지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2025~2026년 93억 달러의 예약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 비용은 결국 일반 가정이 나눠 부담해야 하며, 일부 지역은 1.5~5%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가 동네 주민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와 암호화폐 채굴이 2030년까지 미국 평균 전기요금을 8% 끌어올릴 수 있으며, 버지니아 북부 등 수요 밀집 지역에서는 25%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버지니아 최대 전력사인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는 2025년 4월, 1992년 이후 처음으로 기본요금 인상을 신청했다. 어떤 정치인도 전기요금 급등을 방치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곧 서민 가계의 전기요금 방어 수단이다. 이것이 재생에너지 확장의 가장 강력하고 초당파적인 정치적 동인이다.



지구를 넘어 우주 태양광까지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꺼냈다. 태양광발전소를 지상이 아닌 우주에 띄우고, 거기서 만든 전기를 지구로 내려보내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자는 구상이다. 언뜻 SF 영화처럼 들리지만, 논리는 단순하다. 우주에는 구름도, 밤도 없다. 지상 태양광이 하루 4~6시간만 발전하는 것과 달리 우주에서는 24시간 내내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발전 효율이 지상의 4~5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는 비용이 따른다. 지금까지는 물건을 우주로 배송하는 데 비용이 너무 비쌌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초대형 로켓 스타십(Starship)이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처럼 반복 사용할 수 있다면 이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발사 비용이 내려가면 우주 태양광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땅 위의 태양광이 AI를 먹여 살리고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AI의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무대가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AI가 에너지 인프라 자체를 바꾸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미 스피드 투 파워(Speed to Power) 이니셔티브를 통해 대규모 발전 및 송전 개발 가속화를 AI 경쟁력과 국가안보 문제로 격상시켰다. 전력망 인프라가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산업 확대의 걸림돌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장벽이 성장 속도를 늦추고 있다. 돈도 기술도 있는데, 정작 전기를 팔지 못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첫 번째는 전력망 연결 허가 문제다. 태양광발전소나 배터리 시설을 완공해도 국가 전력망에 연결 허가(인터커넥션 승인)를 받아야 실제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허가를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다. 현재 대기 중인 프로젝트의 총발전 용량을 합산하면 약 2TW로, 미국 전체의 발전 설비 용량(약 1.2TW)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심사 대기 기간은 평균 5년이 넘는다. AI 데이터센터는 1~2년이면 완공되는데, 그 전기를 공급할 발전소는 허가를 기다리며 수년째 줄만 서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핵심 설비 부족 문제다. 태양광과 배터리를 전력망에 연결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가 대형 변압기다. 그런데 2025년 기준 이 변압기의 납품 기간이 무려 143주, 약 3년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하는데, 생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전소를 짓고도 변압기 하나 때문에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정책의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축소와 인허가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일부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태양광의 발전 단가 자체가 이미 천연가스보다 낮아진 만큼 보조금이 줄어도 시장 경쟁력은 유지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의 실제 성장 속도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이 세 가지 병목을 얼마나 빠르게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혁명은 소프트웨어와 전력 혁명이다. 그리고 그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AI가 전력산업을 바꾸고, 전력산업이 AI를 키우는 선순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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