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하다 개인연금으로 눈을 돌리다
글 : 버들치 / 작가 2025-01-31
내가 받을 국민연금, 노후 생활비로 충분한가?
'국민연금 예비 수급자를 위한 사전 안내서'를 받고부터 연금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국민연금을 64세부터 수령하게 돼 있으니 얼마(?) 안 남았다. 1988년에 입사한 그해부터 국민연금을 납부하기 시작했다. 젊었을 땐 먼 훗날의 일이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36년이 흘렀다. 국민연금을 받을 시점(2028년)을 기준으로 약 210만 원(몇 년 전에는 240만 원이라고 안내받았는데 계속 줄어든다) 정도 받는다고 안내받았다.
그동안 1.1억 원 정도를 불입하고 약 20년 동안 4.8억 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고 하니 낸 것에 비해 많이 받는 것 같기는 하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적인 직장인으로 이 정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생활하기엔 빠듯한(?) 금액이다. 이런 소릴 하면 좋은 얘긴 못 듣는다. 엄살이라는 둥, 앓는 사람 앞에서 곡소리 한다는 둥 내 말에 공감해 주는 사람의 거의 없다. 남들은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을 받는데 그 정도면 감지덕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젊은이들의 연금을 등쳐먹은(연금 고갈의 원흉?) 놈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솔직히 젊은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내 연금을 갈라 젊은이에게 줄 마음은 그다지 없다. 미안하다. 나도 이기적인 인간이다. 연금 개혁이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국민연금 부족분은 개인연금으로
국민연금은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금융상품이다. 부족한 부분을 개인연금 등을 통해 다른 방법으로 보충해야 한다. 증권회사에 다녔으니 개인연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캠페인을 하고 실적을 체크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개인연금 계좌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채권형 펀드(약 5천만 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주식혼합형 펀드(약 6천만 원)다. 채권형 펀드는 2020년(55세)부터 매달 90만 원의 연금을 받고 있고 곧 끝나간다. 소득 춘궁기인 5년 동안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다. 주식혼합형 펀드는 지금까지 계속 불입하고 있다.
요즘 와서 돌아보니 연금 운용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 같다. 국내 펀드에만 투자해서 수익률이 형편없다. 그렇지만 내가 개연 연금을 불입할 당시만 해도 운용의 묘를 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었고 개인이 주식 관련 상품을 직접 매매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엔 국내 ETF 매매는 물론 해외 ETF 매매도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에 ETF 매매가 가능한 연금 계좌를 하나 더 텄다. 연금 계좌의 장점은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개별 종목 매매가 아닌 지수 추종형 ETF 매매로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세제 혜택도 중요한 부분이다. 언제인지 잘 모르지만, 현업에서 은퇴하는 시점에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월 400만 원의 연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동산에 편중된 나의 자산, 개인연금으로
내가 최근 연금에 관심을 두게 된 동기는 자산이 부동산으로 몰빵되었기 때문이다. 증권회사에 다녔던 사람이 주식이 아닌 부동산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말은 언뜻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동안 개별 주식을 해볼 만큼 해 봤지만, 다혈질인 내 성격과는 궁합이 안 맞았다. 그래서 부동산으로 갈아탔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도 처음엔 험난했다.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2007년, 버블의 꼭대기에서 집을 샀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동산 침체기인 2011년과 2013년 그리고 2015년에 배짱 반, 자포자기(?) 반의 심정으로 꾸준하게 집을 모았다(?).
그 후 정부가 시키는 대로 2017년에 임대 사업자등록을 하고 임대료 상한 5%도 준수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투기 세력과 적폐 세력으로 몰렸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할 말은 많지만, 입 다물고 있었다. 입을 열수록 혹을 떼는 것이 아니라 혹을 붙이는 것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임대 사업자 제도가 폐지되어 올해부터는 부동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적폐 세력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지만 그 돈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개인연금에 주목하는 이유다.
두 자녀에게 개인연금을 권한 이유
개인연금은 나보다도 어쩌면 우리 자식들에게 더 필요한 상품이다. 연말정산 세액 공제(16.5% 혹은 13.2%) 혜택이 생각보다 짭짤(?)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세 이연(이익이 발생했을 때 세금을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인출할 때 세금을 매김)을 통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기에 좋은 상품이다. 몇 년 전부터 첫째에게 개인연금 가입을 권유하였고 매년 불입을 독려하고 있다. 주로 국내 ETF를 사고 있는데 이젠 미국 쪽 ETF도 편입하라고 훈수하고 있다.
그동안 첫째의 재산 관리는 투자보다는 저축을 위주로 했는데 이제 자금이 어느 정도 모였으니 ISA 계좌(최대 4백만 원 비과세, 그 외 9.9% 저율 분리 과세, 연간 2천만 원 한도)를 터서 운용하다 3년 후 만기가 되면 개인연금 쪽으로 옮기도록 할 계획이다. 그동안 금융기관에 다녔으면서도 자식들에게 금융 교육을 변변히 못 한 것 같다. 이제라도 관심을 두도록 하고 실천을 통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둘째는 아직 학생이라 소득이 없다 보니 금융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게 종목 선택이고 수익률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어떻게 자산 배분을 하고 언제 시작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상관관계가 음(마이너스)인 자산 등으로 자산 배분을 하고 또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리밸런싱이 자산 배분 보다 더 중요하다. 그리고 복리 효과를 누리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상관관계와 리밸런싱을 잘 모르시는 분은 반드시 연금 관련 책 한 권 정도는 읽어보시면 좋을 것이다. 늦은 시점은 없다. 지금이 바로 가장 이른(빠른) 시점이니까.
버들치 작가
증권회사에서 33년 근무 후 퇴직하여 현재 기능인으로 인생 2 막을 살고 있다. 1965년에 태어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이 세 가지 운으로 위태롭게 살아왔다. 첫 번째 운은 짧은 학력으로 증권회사에 입사한 것이고, 두 번째 운은 33년간 한 회사를 다닌 것이고, 세 번째 운은 퇴직 후에도 소일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퇴직을 앞두고 주경야독으로 기술을 배웠으며 그 경험에 대해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 카페에서 버들치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썼다. 그 결과물로 '버들치의 인생2막'(2023)이라는 책을 발간 했다. 단순하고 평온한 삶을 추구해 왔으며 앞으로 그럴 계획이다.